조직의 문제는 구조의 문제이다 - 식학의 관점에서 조직의 문제
많은 리더가 팀원과 격의 없이 지내는 것을 ‘좋은 팀워크’의 증표로 여긴다. 사적인 고민을 나누고, 퇴근 후 술 한잔하며 유대감을 쌓는 것이 조직을 끈끈하게 만든다고 믿는다. 하지만 ‘식학(識學)’ 사고법의 관점에서 볼 때, 리더와 팀원 사이의 과도한 친밀감은 조직의 효율을 갉아먹는 결정적인 원인이다.
리더가 기꺼이 고독해져야만 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리더와 팀원이 사적으로 가까워지면 지시와 보고 사이에 ‘감정’이라는 불순물이 섞이기 시작한다. 팀원이 업무를 미진하게 처리했을 때, 평소 형·동생 하던 사이라면 리더는 마음이 약해진다. “요즘 개인적으로 힘들다고 했지”라며 스스로 정당화하고, 정작 엄중하게 지적해야 할 타이밍을 놓치게 된다. 팀원 역시 ‘우리 사이에 이 정도는 이해해 주겠지’라는 안일한 마음을 갖는다. 거리감이 사라진 곳에서는 지시의 권위가 서지 않고, 목표는 실행이 아닌 ‘타협’의 대상이 된다.
식학 사고법에서 리더에게 제안하는 거리 두기는 팀원을 무시하거나 차갑게 대하라는 뜻이 아니다. 오히려 모든 팀원을 평등하게 대하기 위한 리더의 높은 수준의 배려이다. 특정 팀원과 사적으로 친해지면 리더는 의식하지 못하더라도 판단의 편향이 생긴다. 이는 조직 내에서 ‘상사의 라인’이나 ‘편애’에 대한 오해를 낳고, 결과적으로 묵묵히 일하는 다른 팀원들의 사기를 꺾는다. 팀원과 일정한 거리를 유지할 때, 리더는 사적인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성과’와 ‘결과’로만 팀원을 대하는 공정함을 확보할 수 있다.
리더와 팀원은 조직 내에서 맡은 ‘위치’와 ‘역할’이 엄연히 다르다. 리더는 높은 곳에서 전체의 방향을 보고 결단을 내려야 하는 역할을 하며, 팀원은 리더의 결단에 따라 실무를 완수하는 완수하는 역할을 한다. 그런데 리더가 팀원들의 무리 안으로 완전히 들어가 버리면 전체를 조망하는 시야를 잃는다. 조난 상황에서 가이드가 대원들과 똑같이 지쳐서 주저앉아 수다만 떨고 있다면 그 팀은 길을 찾을 수 없다. 리더는 팀원들이 언제든 믿고 의지할 수 있는 ‘가이드’가 되기 위해 기꺼이 그들보다 한발 앞선 고독한 위치를 지켜내야 한다.
식학 사고법은 리더와 팀원 사이의 ‘적정한 긴장감’이 조직의 핵심 동력이라고 본다. 리더가 명확한 거리를 유지하며 규칙에 따라 행동할 때, 팀원은 상사의 기분을 살피는 소모적인 에너지 대신 ‘자신의 업무 결과’에만 몰입한다.
조직의 성장은 팀원이 상사와 친해질 때가 아니라 상사가 요구하는 높은 기준을 스스로의 힘으로 통과했을 때 일어난다. 팀원의 성장을 진심으로 바란다면 리더는 지금 당장 그들의 곁에서 한 걸음 물러나야 한다. 리더의 고독한 거리가 팀원에게는 소중한 성장의 공간이기 때문이다. © shikha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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