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의 문제는 구조의 문제이다 - 식학의 관점에서 조직의 문제
대부분의 조직은 성과가 나지 않을 때 사람을 먼저 의심한다. 구성원의 역량이 부족한 것은 아닌지, 의지가 약해진 것은 아닌지, 태도가 흐트러진 것은 아닌지를 점검한다. 그래서 교육을 강화하고 동기부여를 시도하며 소통을 늘리려 한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들 열심히 하는데 결과가 안 나온다는 진단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식학의 관점에서 조직 문제를 바라보는 출발점이 여기라고 할 수 있다. 정말 문제가 되는 것은 ‘노력의 양’인가, 아니면 ‘인식의 구조’인가라는 질문이다.
식학의 관점은 조직의 실패 원인을 능력 부족이나 태만에서 찾지 않는다. 오히려 조직 구성원 모두가 성실하게 일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성과가 나지 않는 이유를 사람의 ‘의식 구조’에서 발생하는 착각에서 찾는다. 상사는 분명히 설명했다고 생각하고 부하는 대충 이런 뜻이겠지라고 이해한다. 리더는 의도를 알아줄 것이라 기대하고 구성원은 열심히 하면 평가받을 것이라 믿는다. 이처럼 조직 안에는 악의가 아니라 착각이 쌓인다. 그리고 이 착각이 쌓일수록 조직은 점점 결과를 내기 어려운 상태로 굳어간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점은 이 착각이 개인의 문제라기보다 구조의 문제라는 사실이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관점에서 상황을 해석한다. 같은 말을 듣고도 다르게 이해하고 같은 지시를 받아도 다른 행동을 한다. 식학의 관점은 이를 개인의 이해력이나 성의의 차이로 보지 않는다. 오히려 ‘사람은 원래 그렇게 인식하도록 만들어져 있다’는 전제에서 출발한다. 따라서 식학의 관점에서 문제는 ‘왜 저 사람은 이해를 못 했을까’가 아니라 ‘왜 오해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 구조였는가’에 있다.
조직이 성과를 내지 못하는 전형적인 상황은 각자가 나름대로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믿는 것이다. 모두 바쁘고 모두 피곤하며 모두 억울함을 느낀다. 그러나 결과는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 이때 식학의 관점에서는 “열심히 했다"라는 말을 관리의 기준으로 삼고 있는 조직은 이미 통제력을 잃었다고 본다. 노력은 측정될 수 없고 해석은 사람마다 다르기 때문이다. 노력 중심의 조직은 필연적으로 감정 중심의 조직이 된다.
식학의 관점이 바라보는 것이 바로 이 지점이다. 기준이 없는 조직에서는 평가가 감정으로 흐르고 책임이 모호해지며, 결국 조직 내 대화는 결과가 아니라 태도나 감정에 머무른다. “열심히 했잖아”, “최선을 다했잖아”라는 말이 반복될수록 성과에 대한 논의는 점점 어려워진다. 식학의 관점은 이런 상태를 ‘의식의 불일치’가 방치된 조직이라고 본다. 즉, 같은 목표를 향해 가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각자가 서로 다른 기준과 기대치를 품고 움직이고 있는 상태이다.
따라서 식학의 관점은 사람을 바꾸는 것이 아니다. 더 열심히 하라고 독려하는 것도 아니고 더 잘 소통하라고 요구하는 것도 아니다. 먼저 “이 조직 안에서 무엇이 어떻게 정의되어 있는가”를 묻는다. 성과는 무엇으로 판단되는가, 역할의 책임자는 누구인가, 기대치는 어디까지인가, 잘하고 있다는 말은 무엇을 기준으로 하는가를 점검한다. 이 정의와 기준이 없는 한, 조직은 아무리 노력해도 같은 자리에서 맴돌 수밖에 없다.
식학의 관점이 제시하는 첫 번째 인식 전환의 핵심은 ‘조직의 문제는 사람의 문제가 아니라 구조의 문제이며, 성과가 나지 않는 이유는 노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기준이 없기 때문이다’라는 것이다.’ 그런 인식에서 보면 ‘이 조직에는 문제가 있다’는 진단보다 ‘이 조직에는 공통의 기준이 없다’는 진단이 더 정확하다. 식학의 사고법은 바로 이 인식에서 출발하여 조직을 감정이 아니라 구조로 다루는 관점이다. © shikha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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