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식과 의식의 차이 - [의식과 조직]


이전의 글에서 우리는 공동 판단의 탄생과 조직에 대하여 살펴보았다. 이제 인식과 의식의 차이에 대하여 살펴볼 차례다.

인식은 대상을 파악하는 방식이다

인식은 세계를 받아들이는 방식이다. 사람은 어떤 사건을 보고, 어떤 말을 듣고, 어떤 상황을 경험하며 그것을 자기 방식으로 해석한다. 이때 인식은 대상의 의미를 파악하는 작용으로 나타난다. 같은 상황을 두 사람이 경험해도 서로 다른 결론에 이르는 이유는 인식의 방식이 다르기 때문이다. 한 사람은 위기를 보고, 다른 사람은 기회를 본다. 한 사람은 지시를 통제로 받아들이고, 다른 사람은 방향 제시로 받아들인다. 이 차이는 조직 안에서 빈번하게 발생한다.

인식은 조직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출발점이다. 조직의 갈등은 많은 경우 사실의 부족에서 발생하지 않는다. 같은 사실을 서로 다르게 해석하는 데서 발생한다. 구성원은 각자의 경험과 위치, 이해관계를 통해 상황을 바라본다. 그래서 같은 말도 다르게 들리고, 같은 기준도 다르게 적용된다. 이 점에서 인식은 조직의 문제를 설명하는 중요한 개념이다. 그러나 인식만으로 조직의 질서를 설명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의식은 받아들인 기준이다

의식은 인식보다 더 깊은 차원에 놓인다. 인식이 대상을 어떻게 파악하는가의 문제라면, 의식은 무엇을 자기 기준으로 받아들이는가의 문제이다. 사람은 어떤 사실을 이해할 수 있지만, 그 사실을 자신의 행동 기준으로 받아들이지 않을 수 있다. 어떤 조직의 규칙을 알고 있어도 그 규칙을 진심으로 따를 필요성을 느끼지 못할 수 있다. 이때 그는 인식했지만 의식하지는 않은 상태에 있다.

의식은 단순한 이해를 넘어 승인과 연결된다. 구성원은 어떤 판단을 듣고 그 판단의 의미를 파악한 뒤, 그것을 자신의 기준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이 수용이 이루어질 때 판단은 의식의 일부가 된다. 의식은 외부의 기준이 개인 안으로 들어와 행동의 방향을 정하는 상태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의식은 조직을 움직이는 더 깊은 원리이다.

인식은 해석을 만들고 의식은 방향을 만든다

인식은 상황을 해석하게 한다. 구성원은 어떤 문제가 왜 발생했는지, 어떤 행동이 필요한지, 다른 사람의 말이 어떤 의미인지 해석한다. 그러나 해석만으로 행동이 안정되지는 않는다. 사람은 이해하면서도 움직이지 않을 수 있고, 동의하는 것처럼 보이면서도 행동을 바꾸지 않을 수 있다. 행동을 바꾸는 것은 해석보다 더 강한 내면의 기준이다.

의식은 행동의 방향을 만든다. 사람이 어떤 기준을 자신의 것으로 받아들이면, 그 기준은 행동을 조정하기 시작한다. 그는 상황을 다시 볼 뿐 아니라, 그 상황에서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 판단한다. 이때 의식은 행동과 연결된다. 조직이 사람의 행동을 바꾸려면 단순히 인식을 교정하는 데서 멈추면 안 된다. 구성원이 어떤 기준을 의식의 차원에서 받아들이도록 해야 한다.

조직의 문제는 인식 차이를 넘어선다

조직 안에서는 인식의 차이가 자주 문제로 지적된다. 서로 오해했고, 충분히 설명하지 못했고, 커뮤니케이션이 부족했다는 말이 반복된다. 이러한 진단은 일정 부분 타당하다. 그러나 모든 문제를 인식 차이로만 설명하면 조직의 더 깊은 문제를 놓치게 된다. 어떤 구성원은 충분히 이해했음에도 행동하지 않는다. 어떤 리더는 기준을 설명했지만 책임을 지지 않는다. 어떤 조직은 규칙을 공유했지만 그 규칙을 실제 행동으로 정착시키지 못한다.

이때 문제는 인식이 아니라 의식의 문제이다. 구성원이 그 기준을 자신의 행동 기준으로 받아들였는지, 그 기준을 따를 책임을 내면화했는지, 그 기준이 조직 안에서 반복 가능한 행동으로 이어졌는지를 보아야 한다. 인식은 조직 문제의 표면을 드러낸다. 의식은 그 문제의 깊은 구조를 드러낸다.

의식은 도덕과 윤리의 접점이다

의식은 개인의 도덕적 판단과 조직의 윤리적 기준이 만나는 자리이다. 개인은 자기 안에서 무엇을 받아들일 수 있는지 판단한다. 조직은 공동 행동을 위해 어떤 기준을 요구한다. 이 두 기준이 만날 때 의식의 문제가 발생한다. 구성원은 조직의 기준을 단순히 외부 명령으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그는 그 기준이 자기 판단과 어떤 관계에 있는지 살핀다.

조직의 기준이 개인의 도덕적 판단을 완전히 무시하면 깊은 의식은 형성되기 어렵다. 반대로 개인의 판단만 강조하면 공동 행동은 불가능해진다. 의식은 이 두 영역을 연결한다. 개인은 자기 판단을 보존하면서도 공동의 기준을 받아들일 수 있다. 조직 또한 개인의 내면을 강제로 대체하지 않으면서도 행동의 질서를 만들 수 있다.

의식은 조직의 깊이를 결정한다

조직의 깊이는 구성원이 무엇을 알고 있는가보다 무엇을 의식하고 있는가에 의해 결정된다. 지침을 알고, 규칙을 이해하고, 목표를 기억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구성원이 그 기준을 자기 행동의 근거로 받아들일 때 조직은 깊이를 갖는다. 이 깊이가 없으면 조직은 지시와 확인에 의존한다. 즉, 조직 구성원이 움직이기는 하지만 스스로 책임지지 않는다.

의식이 형성된 조직에서는 행동이 더 안정적으로 나타난다. 구성원은 매번 지시를 기다리지 않고 자신이 승인한 기준에 따라 판단하고 움직인다. 이때 조직은 외부 통제보다 내부 기준에 의해 작동한다. 의식은 조직을 더 조용하지만 더 강하게 움직이게 한다. 그래서 의식은 조직을 이해하는 핵심 개념이 된다.

조직철학의 출발점

인식과 의식의 차이를 이해하는 일은 조직철학의 출발점이다. 인식은 세계를 이해하게 하고, 의식은 그 이해를 행동의 기준으로 바꾼다. 조직은 인식의 일치만으로 형성되지 않는다. 조직은 구성원이 어떤 판단을 의식의 차원에서 승인하고, 그 판단을 행동으로 반복할 때 형성된다.

따라서 조직을 바꾸려면 인식을 바꾸는 것에서 멈추면 안 된다. 의식의 구조를 보아야 한다. 구성원이 무엇을 받아들이고, 무엇에 책임을 느끼며, 어떤 기준에 따라 행동하는지 보아야 한다. 조직은 의식의 구조를 통해 자신을 드러내기 때문이다. 이 점에서 의식은 조직을 이해하고 조직을 바꾸기 위한 가장 깊은 출발점이다.

지금까지 우리는 인식과 의식의 차이에 대하여 살펴보았다. 다음 글에서는 도덕적 판단의 구조에 대하여 살펴볼 것이다. © shikha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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