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적 왜곡 - [인식과 의식, 그리고 행동]


감정은 현실을 크게 만들기도 하고 작게 만들기도 한다

감정은 인식에 깊게 개입한다. 지난 글에서 우리는 감정이 현실을 보는 방식에 영향을 준다는 점을 살폈다. 이번에는 감정이 성찰되지 않을 때 인식이 어떻게 왜곡되는지를 보아야 한다. 감정은 특정한 현실을 크게 만들고, 다른 현실을 작게 만든다. 두려움은 위험을 크게 만들고, 분노는 상대의 잘못을 크게 만들며, 기대는 가능성을 크게 만든다. 반대로 감정이 향하지 않는 부분은 흐려진다.

감정적 왜곡은 감정이 있다는 사실 때문에 생기지 않는다. 감정을 현실 전체로 착각할 때 생긴다. 불안하다고 해서 실제로 위험이 큰 것은 아닐 수 있고, 화가 난다고 해서 상대가 전적으로 잘못한 것은 아닐 수 있다. 기대가 크다고 해서 성공 가능성이 충분한 것도 아닐 수 있다. 감정은 현실과 나 사이의 관계를 알려주지만, 현실 전체를 말하지 않는다.

불안은 아직 오지 않은 현실을 현재로 만든다

불안은 미래의 가능성을 현재의 현실처럼 느끼게 한다. 아직 실패하지 않았지만 이미 실패할 것처럼 느끼고, 아직 거절당하지 않았지만 이미 거절당한 것처럼 행동한다. 불안은 예측 능력과 관련되어 있다. 인간은 미래를 생각할 수 있기 때문에 불안을 느낀다. 그러나 불안이 커지면 가능성과 현실의 경계가 흐려진다.

불안에 지배된 사람은 위험을 피하려는 행동을 먼저 선택한다. 시도하기보다 보류하고, 말하기보다 침묵하며, 책임지기보다 확인을 반복한다. 조직에서도 불안은 행동을 약하게 만든다. 구성원이 실패를 지나치게 두려워하면 문제를 드러내지 않고, 리더가 비판을 두려워하면 결정을 미룬다. 불안은 필요한 신호이지만, 현실을 과도하게 위험한 것으로 구성할 때 행동을 막는다.

분노는 원인을 단순하게 만든다

분노는 현실을 선명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 부당함을 느끼게 하고, 넘어서는 안 될 선이 침범되었음을 알려줄 수 있다. 그러나 분노가 인식을 지배하면 현실의 복잡성이 사라진다. 분노는 원인을 단순하게 만든다. 문제의 원인이 특정 사람, 특정 의도, 특정 잘못으로 축소된다. 구조, 맥락, 상호작용, 시간의 흐름은 뒤로 밀린다.

분노 속에서는 책임이 처벌의 언어로 바뀌기 쉽다. 누가 잘못했는가가 먼저 보이고, 왜 그런 일이 발생했는가는 나중으로 밀린다. 물론 책임자를 묻는 일은 필요하다. 그러나 분노가 모든 판단을 지배하면 책임은 학습이 아니라 공격이 된다. 성숙한 인식은 분노가 알려주는 부당함을 듣되, 분노가 가리는 구조를 함께 보아야 한다.

수치심은 자기 인식을 왜곡한다

수치심은 자신을 바라보는 방식을 왜곡할 수 있다. 사람은 실패했을 때 단순히 어떤 행동이 잘못되었다고 느끼는 데서 그치지 않고, 자신 전체가 부족하다고 느낄 수 있다. 이때 현실 인식은 자기 평가와 뒤섞인다. 한 번의 실패가 자기 존재 전체의 결함처럼 느껴지고, 한 사람의 비판이 모든 사람의 판단처럼 느껴질 수 있다.

수치심이 강하면 사람은 현실을 피하려 한다. 자신의 실패를 보지 않거나, 반대로 자신을 지나치게 비난한다. 두 방식 모두 인식을 왜곡한다. 실패를 보지 않으면 배울 수 없고, 자신을 전적으로 부정하면 수정할 힘을 잃는다. 책임 있는 인식은 실패를 자기 존재의 부정으로 만들지 않는다. 행동과 결과를 보되, 자신 전체를 그 실패와 동일시하지 않아야 한다.

애정도 현실을 흐릴 수 있다

감정적 왜곡은 부정적 감정에서만 생기지 않는다. 애정과 호감도 현실을 흐릴 수 있다. 좋아하는 사람의 문제는 작게 보이고, 신뢰하는 사람의 실수는 쉽게 이해된다. 가까운 사람에게는 관대해지고, 낯선 사람에게는 엄격해질 수 있다. 애정은 관계를 따뜻하게 만들지만, 판단의 균형을 흔들 수 있다.

조직에서도 애정과 호감은 인식에 영향을 준다. 리더가 특정 구성원을 신뢰하면 그 사람의 부족한 행동을 상황의 문제로 해석할 수 있다. 반대로 신뢰하지 않는 구성원에게는 같은 행동도 태도의 문제로 보일 수 있다. 이것은 공정성을 해친다. 애정은 인간에게 필요하지만, 책임의 판단을 대신해서는 안 된다. 가까운 관계일수록 더 의식적인 기준이 필요하다.

감정은 행동을 정당화하려 한다

감정적 왜곡의 위험은 감정이 행동을 정당화하려 한다는 데 있다. 화가 났기 때문에 강하게 말해도 된다고 생각하고, 불안했기 때문에 책임을 피한 것이 당연하다고 여기며, 기대가 컸기 때문에 무리한 결정을 정당화할 수 있다. 감정은 행동의 배경이 될 수 있지만, 행동의 충분한 정당화가 되지는 않는다.

사람은 자신의 감정을 이해해야 하지만, 감정에 근거한 행동의 결과도 책임져야 한다. 내가 화가 났다는 사실과 내가 상처 주는 말을 했다는 사실은 구분되어야 한다. 그리고 내가 불안했다는 사실과 필요한 결정을 회피했다는 사실도 구분되어야 한다. 감정은 인간적이지만, 행동은 책임을 필요로 한다. 따라서 감정적 왜곡을 줄이려면 감정과 행동 사이에 성찰의 시간이 필요하다.

감정적 왜곡을 넘어서는 길

감정적 왜곡을 넘어서려면 감정을 없애려 하지 말고 읽어야 한다. 지금 내가 느끼는 감정은 무엇인가. 이 감정은 무엇을 크게 만들고 있는가. 무엇을 작게 만들고 있는가. 이 감정은 과거의 경험에서 온 것인가, 현재의 사실에서 온 것인가. 이 감정이 요구하는 행동은 책임 있는 행동인가. 이런 질문은 감정을 인식의 대상으로 만든다.

성숙한 인식은 감정을 통과한다. 감정을 억압하지 않고, 감정에 휩쓸리지도 않는다. 감정은 현실과 나 사이의 관계를 알려주는 중요한 신호이다. 그러나 그 신호를 해석하고 판단하는 일은 인간의 책임이다. 감정이 성찰될 때 인식은 더 깊어진다. 감정이 성찰되지 않을 때 인식은 왜곡된다. 감정적 왜곡을 넘어서는 일은 인간이 자기 의식으로 나아가기 위한 중요한 훈련이다. © shikha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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