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 본 현실 - [인식과 의식, 그리고 행동]
잘못 본 현실은 잘못된 행동을 만든다
인간은 자신이 본 현실을 바탕으로 행동한다. 현실을 위험으로 보면 피하고, 기회로 보면 다가가며, 부당함으로 보면 저항하고, 책임의 문제로 보면 설명하고 수정하려 한다. 그러므로 현실을 어떻게 보았는가는 행동의 방향을 결정한다. 잘못 본 현실은 잘못된 행동을 만든다. 이것이 인식의 오류가 중요한 이유이다.
잘못 본 현실은 단순히 사실 하나를 틀리게 안 상태가 아니다. 사실의 일부, 해석의 방식, 감정의 개입, 정보의 선택, 관계의 영향이 결합하여 현실 전체를 다른 모습으로 구성한 상태이다. 사람은 그 현실을 진짜라고 믿고 행동한다. 그래서 잘못 본 현실은 위험하다. 그것은 단순한 생각의 오류에 머물지 않고 실제 행동과 관계, 조직과 삶의 방향을 바꾼다.
잘못 본 현실은 확신을 동반한다
잘못 본 현실이 위험한 이유는 대개 확신을 동반하기 때문이다. 사람은 자신이 현실을 잘못 보고 있다고 느끼지 않는다. 오히려 자신은 분명히 보았고, 충분히 알고 있으며, 정당하게 판단했다고 생각한다. 착각과 오해, 자기중심적 해석, 확증의 구조, 감정적 왜곡은 모두 확신을 강화한다. 그래서 잘못 본 현실은 스스로를 쉽게 드러내지 않는다.
확신은 행동을 강하게 만든다. 자신이 옳다고 믿을수록 사람은 더 빠르게 행동하고, 타인의 의견을 덜 듣고, 다른 가능성을 작게 본다. 올바른 확신은 결단을 가능하게 하지만, 잘못된 확신은 오류를 확대한다. 잘못 본 현실에 대한 강한 확신은 개인의 삶에서도 위험하고, 조직 안에서는 더 위험하다. 권한을 가진 사람이 잘못 본 현실을 확신하면 많은 사람의 행동이 그 방향으로 움직이기 때문이다.
잘못 본 현실은 책임을 비틀어 놓는다
현실을 잘못 보면 책임도 잘못 배분된다. 개인의 문제가 아닌 것을 개인의 탓으로 돌릴 수 있고, 개인이 책임져야 할 것을 환경 탓으로만 돌릴 수 있다. 구조의 문제를 의지의 문제로 보고, 기준의 문제를 태도의 문제로 보며, 권한 부족의 문제를 능력 부족의 문제로 판단할 수 있다. 잘못 본 현실은 책임의 위치를 왜곡한다.
책임의 왜곡은 관계와 조직을 해친다. 책임을 져야 할 사람이 책임지지 않고, 책임질 수 없는 사람이 부담을 떠안는다. 그러면 불신이 생기고, 사람은 방어적으로 변하며, 문제는 반복된다. 책임은 현실을 정확히 볼 때 제대로 작동한다. 현실 인식이 잘못되면 책임은 학습이 아니라 비난이 되거나, 반대로 회피가 된다. 정확한 인식은 책임 있는 행동의 조건이다.
잘못 본 현실은 관계를 굳힌다
사람이 타인을 잘못 보면 관계도 굳어진다. 상대를 무책임한 사람으로 보게 되면 그의 모든 행동이 무책임의 증거처럼 보인다. 상대를 자신을 무시하는 사람으로 보면 중립적 행동도 무시로 해석된다. 반대로 어떤 사람을 지나치게 긍정적으로 보면 그의 문제를 보지 못한다. 잘못 본 현실은 관계 속에서 반복되며 더 단단해진다.
관계 속에서 굳어진 잘못된 현실은 쉽게 풀리지 않는다. 사람들은 서로에게 반응하면서 자신의 해석을 다시 확인한다. 내가 상대를 불신하므로 조심스럽게 행동하고, 상대는 그 조심스러움을 거리감으로 느낀다. 그러면 서로의 불신은 더 커진다. 관계는 잘못 본 현실을 현실처럼 증명하는 공간이 된다. 그래서 관계를 바꾸려면 먼저 서로가 구성한 현실을 다시 보아야 한다.
잘못 본 현실은 조직의 질서가 될 수 있다
잘못 본 현실은 개인의 문제에만 머물지 않는다. 조직 전체가 현실을 잘못 볼 수 있다. 조직이 성과 하락을 구성원의 의지 부족으로만 보면 구조적 문제를 보지 못한다. 조직이 침묵을 동의로 해석하면 구성원의 불신을 놓친다. 조직이 수치 상승을 건강한 성장으로만 보면 내부의 소모를 보지 못할 수 있다. 조직도 잘못 본 현실 위에서 행동할 수 있다.
이런 오류가 반복되면 조직의 질서가 된다. 잘못된 문제 정의가 반복되고, 잘못된 책임 배분이 유지되며, 잘못된 평가 기준이 사람들의 행동을 이끈다. 구성원은 그 질서 안에서 살아남기 위해 움직인다. 시간이 지나면 모두가 그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일 수 있다. 잘못 본 현실이 조직의 상식이 되는 것이다. 조직 변화는 이 상식을 다시 보는 데서 시작된다.
현실을 다시 보는 용기
잘못 본 현실을 바로잡으려면 용기가 필요하다. 현실을 다시 본다는 것은 단순히 정보를 수정하는 일이 아니다. 자신의 판단이 틀렸을 수 있음을 인정하는 일이고, 그 판단이 만든 행동과 결과를 돌아보는 일이다. 때로는 자신이 누군가를 잘못 판단했음을 인정해야 하고, 때로는 조직이 오랫동안 잘못된 기준 위에 서 있었음을 받아들여야 한다. 이것은 불편한 일이다.
그러나 이 불편함을 피하면 변화는 일어나지 않는다. 잘못 본 현실을 계속 유지하면 행동도 계속 잘못된다. 문제는 반복되고, 책임은 왜곡되며, 관계는 굳어진다. 현실을 다시 보는 용기는 책임 있는 행동의 출발점이다. 잘못 보았다는 사실을 인정할 때, 인간은 다르게 의식하고 다르게 행동할 수 있다.
잘못 본 현실에서 배울 수 있다
잘못 본 현실은 실패일 수 있지만, 배움의 기회이기도 하다. 사람이 자신의 인식 오류를 발견할 때, 그는 자신이 어떻게 현실을 구성하는지 알게 된다. 어떤 위치에 갇혀 있었는지, 어떤 경험이 판단을 지배했는지, 어떤 감정이 현실을 왜곡했는지, 어떤 정보를 선택하고 어떤 정보를 버렸는지 알게 된다. 이 앎은 다음 인식을 더 깊게 만든다.
지금까지의 글에서 인식의 오류를 다루었다. 착각과 오해, 자기중심적 해석, 확증의 구조, 감정적 왜곡은 모두 잘못 본 현실로 이어질 수 있다. 그러나 인간은 오류를 통해 배울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오류를 부정하지 않는 일이다. 잘못 보았음을 인정하고, 그 오류가 만든 행동을 돌아보며, 다음에는 더 책임 있게 보려는 태도가 필요하다. 인식의 성숙은 오류 없는 상태가 아니라 오류를 성찰할 수 있는 능력이다. © shikha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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