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는 구조 안에서 가능하다 - 식학의 관점에서 자유의 문제
[리더의 가면]을 읽은 독자가 식학의 관점을 이야기할 때 자주 등장하는 반론은 “식학의 관점이 효율적인 조직에는 맞을지 몰라도 창의적인 조직에는 맞지 않는다”라는 주장이다. 기준과 규칙, 수치를 강조하는 식학의 관점이 창의성, 즉 자유로운 발상을 억누를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특히 콘텐츠, IT, 스타트업과 같이 창의성이 경쟁력의 핵심인 영역에서는 이 의문이 더욱 강하게 제기된다. 그러나 식학의 관점은 창의성과 구조를 대립 관계로 보지 않는다. 오히려 구조가 있어야 창의성이 지속될 수 있다고 본다.
많은 조직이 자유로운 발상을 ‘자유’와 동일시한다. 규칙이 적을수록, 간섭이 없을수록, 사람들은 더 자유롭게 일할 수 있다고 믿는다. 그러나 식학의 관점은 다르다. 간섭이 적을수록 사람들이 더 자유롭게 일할 수 있다는 믿음이 실제 업무 현장에서는 자주 무너진다고 본다. 자유에는 에너지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기준이 없는 상태에서의 자유는 선택의 폭을 넓히는 것이 아니라 판단 부담을 키운다. 무엇이 중요한지, 어디까지 해도 되는지 알 수 없는 환경에서는 사람들은 오히려 소극적으로 변한다.
식학의 관점에서 구조를 강조하는 이유는 창의성을 통제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창의성과 무관한 영역에서의 혼란을 제거하기 위해서이다. 모든 일이 창의적일 필요는 없다. 반복되어야 하는 업무, 정해진 기준이 필요한 의사결정, 일관성이 요구되는 운영 영역까지 자유에 맡겨두면 조직의 에너지는 쉽게 소모된다. 식학의 관점은 이러한 영역을 구조화함으로써, 창의성이 필요한 영역에 에너지를 집중할 수 있게 만든다.
창의성이 무질서에서 나오지 않는다. 오히려 일정한 안정감 위에서 더 잘 발현된다. 기본적인 운영이 예측 가능할수록, 사람들은 새로운 시도를 감당할 여유를 갖게 된다. 식학의 관점에서는 역할과 책임, 보고와 의사결정의 규칙이 고정되어 있기 때문에, 구성원은 “이 아이디어를 제안하면 어떤 절차를 거치는지”, “어디까지가 내 판단 범위인지”를 알고 움직일 수 있다. 이 예측 가능성이 자유로운 발상을 가능하게 한다.
또 하나 중요한 점은 식학의 관점에서는 창의의 결과를 수치로만 평가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식학의 관점은 구성의 생각 자체를 관리 대상으로 보지 않는다. 대신 구성원의 생각이 조직의 목표와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점검한다. 아이디어의 독창성보다 중요한 것은 그 아이디어가 조직의 기대치와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가이다. 이 관점이 없으면 자유로운 발상은 자기만족으로 끝나기 쉽다. 이것이 식학의 관점이 구성원의 생각을 성과로 연결하는 것에 조직의 목표를 찾는 이유이다.
식학의 관점은 또한 조직에서 구성원의 자유 영역과 관리 영역을 구분한다. 모든 것을 동일한 기준으로 관리하려 할 때 갈등이 생기는 법이다. 자유가 필요한 영역에는 일정 수준의 재량이 필요하지만, 그 재량이 어디까지 허용되는지는 명확해야 한다. 식학의 관점은 조직에서 리더가 이 경계를 명확하게 하는 것이다. 경계가 명확할수록 자유로운 발상과 시도는 규칙 안에서 성장을 위한 도전이 된다.
식학의 관점에서 이해하는 조직의 구조는 자유의 반대말이 아니다. 무질서의 반대말에 가깝다. 무질서한 근무 여건에서는 자유로운 생각만 넘치지만 규칙과 구조가 명확한 조직에서는 생각이 실행으로 이어져 성과를 만든다. 식학의 관점은 이 과정을 가능하게 하는 조건을 만드는 관점이다. 자유롭게 생각하되 그 자유가 조직의 방향과 단절되지 않도록 설계하는 것, 이것이 창의성을 이해하는 식학의 관점이다. © shikha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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