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이 없는 조직 평가는 감정만 남긴다 - 식학의 관점에서 판단하는 조직의 평가 기준


조직에서 갈등이 가장 노골적으로 드러나는 시기는 구성원을 평가하는 때이다. 평소에는 큰 문제가 없어 보이던 조직도 평가 시즌이 되면 불만이 쏟아지고 관계가 틀어지며 신뢰가 흔들린다. 이때 많은 조직은 이를 개인의 감정 문제나 성숙도의 문제로 해석한다. “왜 이렇게 예민하냐”, “결과를 담담히 받아들이면 되지 않느냐"라는 반응이 뒤따른다. 그러나 식학의 관점은 이 현상을 다르게 본다. 문제가 되는 것은 사람의 감정이 아니라 객관화된 평가 기준의 부재이다.

대부분의 조직에서 평가를 ‘동기부여 수단’으로 이해한다. 평가가 잘한 사람에게 보상을 주고 부족한 사람에게 자극을 주기 위한 장치라는 인식 때문에 그렇다. 그러나 식학의 관점에서는 평가의 목적을 그렇게 정의하지 않는다. 식학의 관점에서 평가는 동기를 불러일으키는 도구가 아니라 기대치를 조정하는 장치이다. 즉, 조직이 구성원에게 무엇을 기대하고 있는지를 명확히 전달하고, 그 기대치와 실제 결과 사이의 간격을 확인하는 수단이 바로 평가이다.

문제는 많은 조직이 이 기대치를 사전에 명확히 하지 않은 채 평가를 진행한다는 점이다. 목표는 추상적이고 기준은 암묵적이며 판단은 상황에 따라 달라진다. 이런 상태에서 평가 결과만 제시되면 구성원은 그 결과를 ‘판단’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왜 이런 결과가 나왔는지 이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럴 경우 평가는 성과에 대한 피드백이 아니라 사람에 대한 평가처럼 느껴지기 마련이다.

기준이 없는 평가가 반복되면 조직의 대화는 빠르게 감정의 언어로 바뀐다. “열심히 했는데 왜 이런 평가를 받았는지 모르겠다”, “저 사람보다 내가 더 많이 기여했는데 인정받지 못했다"라는 말이 오간다. 이때 중요한 점은 이 불만이 반드시 틀린 것도 아니라는 사실이다. 문제는 누구의 말이 맞느냐가 아니라 무엇을 기준으로 판단해야 하는지가 합의되지 않았다는 데 있다. 기준이 없으니 각자의 기준이 등장하고 그 기준이 충돌하면서 감정싸움이 시작된다.

식학의 관점에서는 이러한 상태를 매우 위험한 신호로 본다. 조직이 감정 중심으로 움직이기 시작하면 성과에 대한 논의는 사라지고 관계 관리가 중심이 된다. 리더가 결과를 이야기하기보다 구성원의 눈치를 보고, 구성원은 책임을 지기보다 평가에 대비하는 태도를 갖는다. 이 과정에서 조직은 점점 ‘잘 보이는 것’에 에너지를 쏟고 실제 성과는 뒷전으로 밀린다.

따라서 식학의 관점에서 중요한 것은 평가 기준의 공개성과 일관성이다. 평가는 결과를 통보하는 행위가 아니라 조직의 기준을 드러내는 행위여야 한다. 무엇을 하면 좋은 평가를 받는지, 어느 수준까지가 기대치인지, 그 기준은 누구에게나 동일하게 적용되는지가 명확해야 한다. 그래야 평가 결과가 감정적 충격을 최소화하고 현재 위치를 확인하는 정보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식학의 관점에서 납득 가능한 평가는 친절한 평가가 아니다. 기준이 분명한 평가이다. 기준이 분명하면 구성원의 평가 결과에 따라 조직이 흔들리지 않는다. 반대로 기준이 흐릿하면 어떤 평가 결과에도 조직에는 불신이 남는다. 평가가 단지 사람을 판단하는 도구로 오해되기 때문이다. 그런 조직은 구성원 평가가 조직의 성과를 만드는 동력으로 활용하지 못한다.

조직에서 평가는 사람을 재단하는 칼이 아니다. 조직의 방향을 정렬하고 성과를 촉진하는 엔진이다. 기준이 없는 조직의 구성원 평가는 감정 낭비를 유발하고, 감정 낭비가 시작된 조직은 성과를 논의할 수 없다. 그러므로 식학의 관점에서는 평가를 통해 사람을 통제하려 하지 않는다. 오히려 평가를 통해 조직이 무엇을 중요하게 여기는지를 명확히 하고 불필요한 감정 소모를 줄이는 데 목적을 둔다. 이것이 조직에서 구성원을 평가하는 진짜 이유이다. © shikha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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