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에서 개인 판단의 자유 - [의식과 조직]


이전의 글에서 우리는 판단 공동체라는 조직 정의에 대하여 살펴보았다. 이제는 조직에서 개인 판단의 자유에 대하여 살펴볼 차례다.

판단은 개인에서 시작된다

조직을 이해하려면 먼저 판단의 출발점을 보아야 한다. 모든 판단은 개인에서 시작된다. 조직 구성원은 각자의 경험, 지식, 감정, 이해관계를 바탕으로 상황을 해석한다. 같은 지시를 들어도 다르게 받아들이고, 같은 문제를 보아도 다른 해결 방식을 떠올린다. 이러한 차이는 조직이 가진 불안정성의 원인이면서 동시에 조직이 가진 가능성의 원천이기도 하다. 개인이 판단하지 않는 조직은 스스로를 혁신하지 못한다. 구성원이 자신의 판단을 멈추면 조직은 움직이는 것처럼 보여도 실제로는 외부 기준에 따라 움직임을 반복하는 장치에 지나지 않는다.

개인의 판단은 조직 이전에 존재한다. 그런 까닭에 조직은 개인에게 역할을 부여하고 행동을 요구하지만, 개인의 내면에서 일어나는 판단까지 완전히 대체할 수 없다. 조직 안에서 구성원 스스로 조직의 기준을 듣고 이해하며 받아들이는 과정을 거친다. 이 과정에서도 개인은 언제나 자신의 판단을 보존한다. 이 점을 이해해야 조직이 인간을 단순한 실행자로 보지 않고 판단하는 존재로 다룰 수 있다.

자유는 혼란의 원인이자 질서의 조건이다

그런데 문제는 조직에서 개인 판단의 자유를 인정하면 조직에 혼란을 가져올 수 있다는 점이다. 조직 구성원 각자가 다른 기준으로 행동하면 협력은 느려지고 결과는 분산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자유를 제거하려는 시도는 더 큰 문제를 만든다. 판단의 자유가 사라지면 구성원은 책임도 함께 내려놓는다. 스스로 판단하지 않는 사람은 행동의 결과를 자신의 일로 받아들이기 어렵다. 그는 그 결과를 야기한 판단을 자기 내면에서 승인하지 않았고, 단지 지시에 따랐을 뿐이라고 말할 것이다.

따라서 조직은 개인 판단의 자유를 억누르기보다 적절하게 다루어야 한다. 자유로운 판단은 방치되면 분산을 만들지만 적절한 기준과 만나면 질서의 조건이 된다. 조직 구성원이 자신의 판단을 포기하지 않으면서 공동의 기준을 받아들이는 것이 중요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조직의 과제도 바로 이 전환을 가능하게 만드는 데 있다. 즉, 개인의 판단이 공동의 판단으로 이어질 수 있는 통로를 만드는 것이 조직의 핵심 과제다.

도덕적 판단의 자리

개인의 판단은 단순한 정보 처리에 머물지 않는다. 사람은 무엇이 옳은지, 무엇을 받아들일 수 있는지, 어떤 행동에 책임을 질 수 있는지를 스스로 묻는다. 이 관점에서 판단은 도덕적 성격을 갖는다. 도덕은 개인이 자기 안에서 판단을 승인하는 기준이다. 조직이 어떤 목표를 제시하면 구성원은 그 목표가 자신의 내면 기준과 충돌하는지 확인한다. 이 과정은 조직에 불편함을 줄 수 있지만 조직의 정당성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조직이 개인의 도덕적 판단을 무시하더라도 구성원은 지시에 따라 행동을 할 것이다. 그러나 오래 지속되기 어렵다. 구성원이 겉으로는 따르지만 자신의 도덕적 판단으로 인해 내면에서는 거리를 두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태에서는 책임이 약해지고 신뢰가 줄어든다. 조직에서 개인 판단의 자유를 인정한다고 해서 조직이 마음대로 움직이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조직이 구성원의 일관되고 지속적인 행동을 만드는 토대를 마련할 수 있다.

자유는 책임을 요구한다

판단의 자유는 책임과 함께 다루어져야 한다. 자유롭게 판단한다는 것은 자신의 판단이 어떤 결과를 낳을 수 있는지 살피는 일을 포함한다. 조직 안에서 개인의 판단은 혼자만의 생각에 머물지 않는다. 말과 행동을 통해 다른 구성원에게 영향을 준다. 따라서 개인은 판단의 자유를 가진 만큼, 그 판단을 어떤 방식으로 표현하고 행동으로 옮길 것인지에 대해서도 책임을 져야 한다.

이 책임이 사라지면 자유는 쉽게 자의성으로 변한다. 따라서 자신의 판단과 생각을 주장하는 구성원은 그 판단이 조직의 목적과 어떤 관계를 맺는지 설명해야 한다. 조직은 이 설명의 과정을 통해 개인 판단을 공동 판단의 후보로 다룰 수 있다. 이 과정에서 분명한 것은 책임 있는 자유만이 공동체의 질서와 연결된다는 점이다.

판단의 자유와 행동의 질서

그런데 판단의 자유가 곧 행동의 자유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조직은 공동의 결과를 만들어야 하며, 그 결과를 위해 행동의 질서가 필요하다. 조직 구성원은 자유롭게 판단할 수 있지만 조직 안에서 행동할 때에는 공동의 기준을 고려해야 한다는 말이다. 이 구분이 중요하다. 개인의 내면에서 자유롭게 이루어지는 판단과 행동은 타인과 결과에 영향을 미친다. 그런 까닭에 행동에는 윤리적 기준이 필요하다.

이때 조직은 구성원 개인에게 무조건적인 일치를 요구하지 않는다. 대신 개인의 판단을 공동의 기준과 대화하게 만든다. 구성원은 자신의 판단을 보존하면서도 조직이 제시한 기준이 왜 필요한지 이해하고 승인할 수 있다. 이러한 과정을 거칠 때 행동의 질서는 강제가 아니라 책임의 형태로 나타난다. 자유로운 판단이 공동의 행동으로 이어지는 길은 여기에서 열린다.

공동체로 향하는 첫 걸음

조직은 개인 판단의 자유를 출발점으로 삼아야 한다. 자유가 없는 곳에서는 승인도 존재하기 어렵다. 조직 구성원이 스스로 판단할 수 있을 때, 그는 어떤 기준을 받아들이는 행위의 의미를 이해한다. 이때 승인은 단순한 동의가 아니라 자신의 판단을 공동의 질서와 연결하는 행위가 된다.

개인 판단의 자유는 조직을 약하게 만들지 않는다. 오히려 조직이 정당한 공동체로 발전하기 위한 조건을 제공한다. 각자의 판단이 존재하기 때문에 승인이라는 행위가 가능하고, 승인이 가능하기 때문에 공동의 기준이 형성된다. 이 점에서 개인 판단의 자유는 조직의 출발점이자 공동 판단의 첫 단계다.

지금까지 우리는 조직에서 개인 판단의 자유에 대하여 살펴보았다. 다음 글에서는 조직 구성원의 승인이라는 행위에 대하여 살펴볼 것이다. © shikha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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