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점의 형성 - [인식과 의식, 그리고 행동]
관점은 세계를 보는 자리이다
사람은 어디에도 서 있지 않은 채 세계를 보지 않는다. 그는 언제나 어떤 자리에서 세계를 본다. 그 자리는 물리적 위치만을 뜻하지 않는다. 삶의 경험, 사회적 역할, 책임의 범위, 관계의 구조, 지식의 수준, 감정의 상태가 모두 그 사람의 자리가 된다. 관점은 이 자리에서 형성된다. 그리고 그렇게 인간은 관점을 통해 세계를 본다.
관점은 세계를 이해하게 만드는 틀이다. 관점이 있기 때문에 사람은 복잡한 현실을 일정한 방식으로 정리할 수 있다. 무엇이 중요한지, 무엇이 부차적인지, 어떤 사건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 판단할 수 있다. 관점이 없다면 현실은 흩어진 정보의 더미일 뿐이다. 따라서 관점은 세계를 읽게 하는 힘이라고 할 수도 있다. 그러나 동시에 관점은 세계를 제한한다. 어떤 관점은 어떤 것을 보이게 하지만, 다른 것은 보이지 않게 하기 때문이다.
관점은 경험에서 자란다
사람의 관점은 경험에서 자란다. 반복해서 겪은 일, 강하게 남은 사건, 성공과 실패의 기억, 타인과의 관계가 관점을 형성한다. 어린 시절의 경험, 일터에서의 경험, 조직 안에서의 인정과 상처, 책임을 맡아본 경험과 책임을 회피한 경험이 모두 관점이 된다. 그리고 사람은 그 경험을 통해 세계를 해석하는 방식을 배운다.
경험은 관점을 깊게 만들 수 있다. 많은 상황을 겪은 사람은 단순한 판단에 머물지 않고 여러 가능성을 함께 볼 수 있다는 말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경험이 관점을 좁게 만들 수도 있다. 어떤 경험이 지나치게 강하면 사람은 모든 현실을 그 경험의 틀로 보려 하기 때문이다. 실패를 크게 경험한 사람은 새로운 시도를 위험으로 먼저 보고, 배신을 경험한 사람은 신뢰의 가능성보다 불신의 가능성을 먼저 볼 수 있다. 이처럼 경험은 관점의 자원이며 동시에 관점의 감옥이 될 수 있다.
역할은 관점을 바꾼다
사람이 맡은 역할은 관점을 바꾼다. 같은 조직 안에서도 리더와 구성원은 다른 현실을 본다. 리더는 전체 방향과 결과, 책임과 자원의 배분을 본다. 구성원은 자신의 역할, 구체적 실행, 현장의 부담과 조건을 본다. 어느 한쪽이 더 현실을 잘 본다고 단정할 수 없다. 서로 다른 위치가 서로 다른 현실을 보게 할 뿐이다.
이와 같은 역할의 차이를 이해하지 못하면 오해가 생긴다. 리더는 구성원이 전체를 보지 못한다고 생각할 수 있고, 구성원은 리더가 현장을 모른다고 생각할 수 있다. 양쪽 모두 일정 부분 맞고 일정 부분 부족한데, 각자가 자기 역할의 관점에서 현실을 보기 때문에 그렇다. 성숙한 인식은 자기 관점만이 현실의 전부가 아님을 아는 데서 시작된다. 이처럼 역할이 관점을 형성하지만 관점의 한계도 만든다는 사실을 이해하는 것은 인간을 이해하는 데에도 중요하다.
관점은 선택을 만든다
관점은 무엇을 볼지 선택하게 한다. 같은 상황에서도 어떤 사람은 위험을 보고, 어떤 사람은 가능성을 보며, 어떤 사람은 비용을 보고, 어떤 사람은 의미를 본다. 이는 단순한 성격 차이가 아니다. 그 사람이 형성해온 관점의 차이이다. 관점은 현실의 특정 부분을 밝히고, 다른 부분을 어둡게 만든다.
이 선택은 행동으로 이어진다. 위험을 먼저 보는 사람은 신중하게 움직이고, 가능성을 먼저 보는 사람은 빠르게 시도한다. 관계를 먼저 보는 사람은 갈등을 줄이려 하고, 기준을 먼저 보는 사람은 명확한 판단을 요구한다. 이것은 관점이 단순히 인식에 머물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 준다. 즉, 관점은 행동의 방향을 만든다. 그리고 사람이 어떻게 보는가는 곧 어떻게 움직이는가와 연결된다.
관점은 언어로 강화된다
사람은 자신의 관점을 언어로 표현한다. “이것은 기회이다”, “이것은 위기이다”, “그 사람은 책임감이 없다”, “이 문제는 구조적이다”와 같은 말은 단순한 설명이 아니다. 그 말은 관점을 드러내고 강화한다. 사람은 자신이 사용하는 언어를 통해 자신의 관점을 반복하고, 반복된 언어는 생각의 길이 된다.
조직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어떤 조직이 계속 “성과”라는 언어만 사용하면 구성원은 성과의 관점으로 현실을 본다. 어떤 조직이 “책임”이라는 언어를 반복하면 행동과 결과의 연결을 더 많이 보게 된다. 어떤 조직이 “실패”라는 말을 처벌의 의미로 사용하면 구성원은 위험을 숨긴다. 같은 사건을 “학습”이라는 언어로 다루면 다른 행동이 가능해진다. 언어가 관점을 형성하고 관점은 행동을 만들기 때문에 그렇다.
관점은 성찰되어야 한다
관점은 필요하지만 절대화되어서는 안 된다. 사람은 관점을 통해 세계를 보지만 자신의 관점이 부분적이라는 사실을 잊기 쉽다. 자신에게 익숙한 관점은 자연스럽게 느껴지고, 다른 관점은 틀린 것처럼 보이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므로 다른 사람이 다르게 보는 것 또한 그가 비합리적이어서만은 아니다. 그도 다른 위치와 경험, 책임과 감정 속에서 세계를 보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관점의 성찰은 자기 인식의 핵심이다. 나는 왜 이 현실을 이렇게 보는가. 내 경험 중 무엇이 이 해석을 만들었는가. 내 역할은 무엇을 보이게 하고 무엇을 가리게 하는가. 내가 사용하는 언어는 어떤 판단을 강화하고 있는가. 이런 질문은 관점을 유연하게 만든다. 관점을 성찰할 때 사람은 자신이 보는 현실을 절대화하지 않고 더 넓은 현실로 나아갈 수 있다.
관점의 성숙은 타자의 관점을 포함한다
성숙한 관점은 타자의 관점을 포함한다. 이것은 자기 관점을 버린다는 뜻이 아니다. 자기 관점을 유지하면서도 다른 사람이 다른 자리에서 현실을 보고 있음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타자의 관점을 이해하면 현실이 더 입체적으로 보인다. 내가 보지 못한 조건, 내가 놓친 부담, 내가 과소평가한 의미가 드러난다.
인식의 깊이는 관점의 수가 늘어나는 데서만 생기지 않는다. 여러 관점을 무질서하게 모으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관점들을 책임 있게 조정하는 일이다. 나의 관점과 타자의 관점, 역할의 관점과 전체의 관점, 현재의 관점과 미래의 관점을 함께 보며 판단할 수 있어야 한다. 이처럼 관점은 인간이 세계를 보는 자리이다. 그 자리를 성찰하고 확장할 때 인식은 의식으로 나아갈 준비를 갖춘다. © shikhak

댓글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