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은 어떻게 구성되는가 - [인식과 의식, 그리고 행동]
현실은 주어지지만 그대로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현실은 인간 앞에 주어진다. 사건은 일어나고, 사물은 존재하며, 사람은 말하고 행동한다. 이 점에서 현실은 인간의 마음대로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인간이 받아들이는 현실은 단순히 주어진 현실 그대로가 아니다. 사람은 현실을 감각하고 해석하고 언어로 정리하며, 자신의 위치와 경험 속에서 의미를 부여한다. 그렇게 받아들인 현실은 이미 구성된 현실이다.
현실이 구성된다는 말은 현실이 허구라는 뜻이 아니다. 현실은 분명히 존재한다. 다만 인간은 그 현실을 있는 그대로 전부 받아들이지 못한다. 그는 일부를 보고, 일부를 선택하고, 일부를 해석한다. 그리고 그 해석된 현실을 바탕으로 판단하고 행동한다. 인간에게 중요한 것은 단순한 현실 그 자체가 아니라 자신이 이해한 현실이다. 행동은 언제나 이해된 현실을 따른다.
현실은 선택된 정보로 구성된다
사람은 현실을 구성할 때 정보를 선택한다. 모든 정보가 같은 비중으로 들어오지 않는다. 어떤 정보는 크게 보이고, 어떤 정보는 사라진다. 어떤 말은 오래 기억되고, 어떤 말은 지나간다. 어떤 수치는 중요하게 받아들여지고, 어떤 경험은 사소하게 여겨진다. 이렇게 선택된 정보들이 현실의 뼈대를 만든다.
정보 선택은 중립적이지 않다. 사람은 자신의 관심과 두려움, 기대와 필요에 따라 정보를 선택하기 때문이다. 성과에 압박을 느끼는 사람은 성과와 관련된 신호를 먼저 본다. 관계에 민감한 사람은 표정과 분위기를 먼저 본다. 책임을 의식하는 사람은 행동과 결과의 연결을 먼저 본다. 선택된 정보가 다르면 구성되는 현실도 달라진다. 그래서 같은 공간에 있어도 사람들은 서로 다른 현실 속에 살 수 있다.
현실은 해석된 의미로 구성된다
정보가 선택되었다고 해서 현실이 완성되는 것은 아니다. 선택된 정보에는 의미가 붙는다. 어떤 수치가 낮아졌다는 사실이 있을 때, 그것은 실패일 수도 있고 조정의 신호일 수도 있으며, 구조적 한계의 결과일 수도 있다. 어떤 사람이 침묵했다는 사실은 무관심일 수도 있고, 신중함일 수도 있으며, 반대의 표시일 수도 있다. 이처럼 사실은 의미를 요구한다.
의미는 해석을 통해 붙고, 해석은 현실을 이해 가능한 형태로 만든다. 그러나 해석은 언제나 여러 가능성 중 하나이다. 내가 붙인 의미가 현실의 유일한 의미가 아닐 수 있다는 말이다. 성숙한 인식은 이 점을 안다. 현실은 해석된 의미로 구성되기 때문에 사람은 자신의 해석을 절대화해서는 안 된다. 즉, 해석은 필요하지만 검토되어야 한다.
현실은 관계 속에서 구성된다
인간이 구성하는 현실은 개인의 머릿속에만 있지 않다. 현실은 관계 속에서도 구성된다. 사람은 타인의 말과 반응, 사회적 기대와 조직의 기준, 공동체가 사용하는 언어를 통해 현실을 이해한다. 어떤 조직에서 반복되는 말, 평가되는 행동, 인정받는 태도가 구성원에게 현실의 의미를 가르치는 것이다. 그런 까닭에 사람은 혼자 현실을 보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속한 관계망 속에서 현실을 배운다.
조직의 현실이 개인이 혼자 만든 것이 아닌 이유도 그 때문이다. 리더가 무엇을 말하는지, 동료가 무엇을 중요하게 여기는지, 평가 기준이 무엇을 보상하는지, 실패가 어떻게 다루어지는지가 조직의 현실을 구성한다. 그리고 구성원은 그 안에서 무엇이 중요한지 배운다. 현실은 관계 속에서 반복적으로 확인될 때 더 단단해지며, 그럼으로써 공동체는 현실을 함께 구성한다.
현실은 권력에 의해 구성되기도 한다
현실 구성에는 권력도 작동한다. 누가 이름 붙이는가, 누가 문제를 정의하는가, 누가 수치를 선택하는가, 누가 공식 언어를 정하는가에 따라 현실은 달라진다. 권력을 가진 사람은 현실을 설명하는 언어를 만들 수 있고, 무엇을 중요한 문제로 삼을지 결정할 수 있다. 그래서 현실 구성은 단순한 인식의 문제가 아니라 권력의 문제이기도 하다.
조직에서 리더가 어떤 상황을 “위기”라고 부르면 구성원은 그 상황을 위기로 받아들인다. 어떤 성과 지표를 핵심 기준으로 삼으면 조직은 그 지표를 중심으로 현실을 본다. 어떤 실패를 개인의 문제로 정의하면 사람들은 개인을 바라보고, 구조의 문제로 정의하면 제도와 책임을 보게 된다. 권력은 현실을 구성하는 힘이다. 그래서 권력은 책임 있게 언어를 사용해야 한다.
현실 구성은 행동을 결정한다
사람은 자신이 구성한 현실에 따라 행동한다. 현실을 위기로 구성하면 방어하거나 빠르게 대응하려 한다. 현실을 기회로 구성하면 시도하려 한다. 현실을 부당함으로 구성하면 저항하려 하고, 책임의 문제로 구성하면 설명하고 수정하려 한다. 이처럼 현실을 어떻게 구성하는가가 사람의 행동의 방향을 결정하는 것이다.
이 점에서 인식은 행동의 출발점이다. 사람은 객관적 현실 그 자체에 반응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이해한 현실에 반응한다. 따라서 행동을 바꾸려면 현실을 어떻게 구성하고 있는지 보아야 한다. 잘못 구성된 현실은 잘못된 행동을 낳을 수 있다. 반대로 더 정확하고 더 책임 있는 현실 구성은 더 깊은 행동을 가능하게 한다.
현실을 다시 구성할 수 있다는 가능성
인간은 현실을 구성하지만 그 구성은 고정되어 있지 않다. 새로운 정보가 들어오고, 다른 사람의 관점을 만나고, 언어를 바꾸고, 경험을 성찰하면 현실은 다시 구성될 수 있다. 이전에는 실패로만 보였던 일이 학습으로 보일 수 있고, 이전에는 갈등으로만 보였던 일이 기준의 충돌로 보일 수 있다. 이전에는 개인의 문제로 보였던 일이 구조의 문제로 보일 수 있다.
이 가능성이 인간 변화의 출발점이다. 현실을 다르게 볼 수 있다면 다르게 의식할 수 있다. 다르게 의식할 수 있다면 다르게 행동할 수 있다. 현실은 완전히 마음대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지만, 인간은 자신의 인식 방식을 성찰함으로써 현실을 더 책임 있게 구성할 수 있다. 결국 인식은 현실을 받아들이는 일이면서 동시에 현실을 구성하는 일이다. 이 구성의 책임을 자각할 때 인간은 의식으로 나아갈 수 있다. © shikha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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