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보는 세계 - [인식과 의식, 그리고 행동]


인간은 혼자서 세계 전체를 볼 수 없다

인간은 혼자서 세계 전체를 볼 수 없다. 각자는 자기 위치에서 보고, 자기 경험으로 해석하며, 자기 감정과 관계 속에서 현실을 받아들인다. 그래서 개인의 인식은 언제나 부분적이다. 아무리 깊게 생각하는 사람도 자신이 보지 못하는 현실이 있다. 아무리 많은 경험을 가진 사람도 다른 위치의 현실을 모두 알 수는 없다. 인간 인식의 한계는 개인이 혼자 세계를 본다는 데서 시작된다.

그러므로 타자를 인식하는 일은 단순히 인간관계의 기술이 아니다. 그것은 세계를 더 넓게 보기 위한 조건이다. 타인은 내가 보지 못한 현실을 볼 수 있다. 내가 지나친 정보를 보고, 내가 단순화한 문제를 다르게 해석하며, 내가 당연하다고 여긴 기준을 질문할 수 있다. 타자의 존재는 나의 인식을 불편하게 만들 수 있지만 바로 그 불편함이 세계를 넓힌다.

함께 본다는 것은 같은 생각을 갖는 일이 아니다

함께 세계를 본다는 것은 모두가 같은 생각을 갖는다는 뜻이 아니다. 오히려 함께 본다는 것은 서로 다른 위치에서 본 현실을 공동의 판단 안으로 가져오는 일이다. 각자의 시야가 다르고 경험이 다르며 감정과 책임이 다르기 때문에 함께 보는 일이 필요하다. 같아지기 위해 함께 보는 것이 아니라 더 넓어지기 위해 함께 보는 것이다.

동일한 생각은 때로 편안하다. 갈등이 줄어드는 것처럼 보이고 판단이 빠르게 이루어지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모두가 같은 방식으로만 현실을 보면 놓치는 것이 많아진다. 다른 의견, 다른 불편함, 다른 질문은 공동 인식의 자원이다. 함께 본다는 것은 차이를 없애는 일이 아니라 차이를 질서 있게 다루는 일이다.

함께 보는 세계에는 기준이 필요하다

서로 다른 사람이 함께 세계를 보려면 기준이 필요하다. 각자의 인식이 모두 중요하다고 말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어떤 정보를 어떻게 다룰 것인지, 어떤 해석을 더 책임 있게 볼 것인지, 어떤 행동으로 이어갈 것인지 정해야 한다. 기준이 없으면 다양한 인식은 풍부함이 아니라 혼란이 될 수 있다.

기준은 타자의 시야를 억누르기 위한 것이 아니다. 기준은 서로 다른 시야를 공동의 판단으로 연결하기 위한 장치이다. 어떤 문제를 볼 때 개인의 감정과 경험, 수치와 결과, 책임과 권한, 관계와 윤리를 함께 보려면 판단의 기준이 필요하다. 기준이 있어야 차이는 대화가 되고, 대화는 공동의 행동으로 이어질 수 있다. 함께 보는 세계는 기준 없는 합의가 아니라 책임 있는 조정이다.

함께 보는 일은 오해를 줄인다

함께 보는 일은 오해를 줄인다. 사람은 혼자 볼 때 자기 해석을 현실 전체로 믿기 쉽다. 그러나 타인의 시야가 들어오면 자기 해석이 부분적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내가 무관심으로 본 행동이 상대에게는 신중함이었을 수 있고, 내가 압박으로 들은 말이 상대에게는 책임의 표현이었을 수 있다. 함께 보는 과정에서 단정은 늦춰지고 해석은 넓어진다.

물론 함께 본다고 해서 오해가 모두 사라지지는 않는다. 오히려 처음에는 더 많은 차이가 드러날 수 있다. 서로가 같은 현실을 얼마나 다르게 보고 있었는지 확인하면서 갈등이 커질 수도 있다. 그러나 그 차이를 드러내지 않으면 오해는 더 깊어진다. 함께 보는 일은 갈등을 피하는 방법이 아니라 갈등을 더 정확하게 다루는 방법이다.

함께 보는 일은 권력을 필요로 하면서 제한한다

공동체 안에서 함께 보는 일에는 권력이 개입된다. 누가 발언할 수 있는가, 누구의 정보가 중요하게 다루어지는가, 어떤 수치가 기준이 되는가, 어떤 해석이 공식 판단으로 채택되는가에는 권력이 작동한다. 그래서 함께 보는 세계는 권력의 문제를 피할 수 없다. 어떤 사람의 시야는 쉽게 중심이 되고, 어떤 사람의 시야는 주변으로 밀릴 수 있다.

그러나 진정으로 함께 보려면 권력은 제한되어야 한다. 권력을 가진 사람은 자기 시야를 전체 현실로 만들고 싶은 유혹을 조심해야 한다. 리더의 인식은 중요하지만 전부가 아니다. 전문가의 판단은 중요하지만 현장의 감각도 필요하다. 다수의 의견은 중요하지만 소수의 불편함도 현실의 신호일 수 있다. 함께 보는 세계는 권력이 시야를 독점하지 않을 때 가능하다.

함께 보는 세계는 공동 행동을 준비한다

함께 본다는 것은 단순히 서로를 이해하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함께 본 세계는 함께 행동하기 위한 바탕이 된다. 현실을 서로 다르게 본 채 같은 행동을 요구하면 행동은 얕아진다. 각자는 지시에 따를 수 있지만 그 행동이 왜 필요한지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다. 반대로 함께 현실을 검토하고 공동의 기준을 세우면 행동은 더 깊어진다.

이 지점에서 인식은 의식으로 이어진다. 함께 본 현실을 각자가 자기 안에서 받아들이고, 그것을 공동 행동의 기준으로 승인할 때 의식이 형성된다. 그리고 승인된 의식은 행동으로 나아간다. 함께 보는 세계는 단순한 인식의 완성이 아니다. 그것은 공동의 의식과 행동을 준비하는 단계이다. 개인의 인식은 타자와 만나 공동의 현실을 만들고, 그 현실은 공동 책임의 가능성을 연다.

함께 보는 세계의 의미

이전의 글에서 타자를 인식한다는 것을 다루었다. 타인의 위치를 보고, 타인의 의도를 신중하게 다루며, 공감과 오해의 긴장을 견디고, 거리의 필요를 인정할 때 인간은 타자를 더 깊게 볼 수 있다. 그 과정의 끝에 함께 보는 세계가 있다. 함께 보는 세계는 개인의 인식이 타자와 만나 더 넓은 현실로 확장되는 자리이다.

함께 보는 세계는 완전한 합의가 아니다. 그것은 서로 다른 인식들이 책임 있게 만나는 과정이다. 인간은 혼자 세계 전체를 볼 수 없기 때문에 타자가 필요하다. 타자는 나의 인식을 방해하는 존재가 아니라, 나의 인식을 넓히는 존재가 될 수 있다. 함께 보는 세계가 가능할 때 인간은 자기중심적 해석을 넘어 공동의 판단으로 나아간다. 그리고 바로 그 지점에서 [인식과 의식, 그리고 행동]의 다음 질문이 시작된다. 함께 본 현실은 어떻게 개인의 의식으로 깊어지는가. © shikha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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