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 현실의 가능성 - [인식과 의식, 그리고 행동]
서로 다른 세계가 만나는 자리
인간은 각자의 세계를 산다. 그러나 인간은 혼자 살지 않는다. 사람은 타인과 함께 일하고, 말하고, 판단하고, 행동한다. 각자가 구성한 개인의 세계는 관계 속에서 서로 만난다. 이 만남은 때로 갈등이 되고, 때로 배움이 되며, 때로 공동의 현실을 만드는 출발점이 된다. 공동 현실은 처음부터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서로 다른 세계가 만나는 과정에서 형성된다.
공동 현실이 가능하려면 먼저 차이를 인정해야 한다. 사람들은 같은 현실을 보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서로 다른 현실을 보고 있을 수 있다. 리더가 보는 조직과 구성원이 보는 조직은 다를 수 있고, 부모가 보는 문제와 자녀가 보는 문제도 다를 수 있다. 공동 현실은 이 차이를 덮어두는 데서 생기지 않는다. 오히려 차이를 드러내고, 각자의 인식이 어디에서 오는지 확인할 때 시작된다.
공동 현실은 합의된 착각이 되어서는 안 된다
사람들이 함께 같은 말을 사용한다고 해서 공동 현실이 형성된 것은 아니다. 같은 목표를 말하고, 같은 구호를 반복하며, 같은 지표를 본다고 해서 실제로 같은 현실을 이해하는 것은 아닐 수 있다. 때로 공동 현실처럼 보이는 것은 합의된 착각일 수 있다. 모두가 말하지 않기 때문에 유지되는 현실, 불편한 정보를 제외했기 때문에 안정되어 보이는 현실, 권력의 언어를 그대로 받아들였기 때문에 생긴 현실이 있을 수 있다.
공동 현실이 합의된 착각이 되지 않으려면 검토가 필요하다. 우리가 함께 보고 있다고 믿는 것은 실제로 무엇인가. 누가 이 현실을 정의했는가. 어떤 정보가 포함되었고 어떤 정보가 제외되었는가. 누구의 목소리는 중심에 있고 누구의 목소리는 주변에 있는가. 이런 질문이 없으면 공동 현실은 쉽게 권력의 현실이 된다. 함께 본다는 말이 실제로는 누군가의 시야를 모두가 따르는 일이 될 수 있다.
공동 현실은 언어를 필요로 한다
공동 현실은 언어를 통해 만들어진다. 사람들은 자기 경험과 인식을 말로 표현하고, 그 말들을 통해 서로의 세계를 확인한다. 언어가 없으면 각자의 인식은 자기 안에 머문다. 언어는 개인의 세계를 공동의 검토 앞에 놓는다. “나에게는 이렇게 보인다”, “이 상황은 이런 책임을 요구한다”, “이 수치는 이런 현실을 보여준다”와 같은 말이 공동 현실을 만드는 재료가 된다.
그러나 언어는 분명해야 한다. 같은 단어를 서로 다르게 사용하면 공동 현실은 흔들린다. 책임, 자율, 성과, 배려, 성장, 실패와 같은 말은 사람마다 다른 경험과 의미를 가진다. 따라서 공동 현실을 만들려면 중요한 언어를 다시 정의해야 한다. 우리가 말하는 책임은 무엇인가. 우리가 말하는 자율은 어떤 권한과 어떤 결과 책임을 포함하는가. 언어의 정리가 공동 현실의 기초가 된다.
공동 현실은 수치를 통해 확인될 수 있다
공동 현실은 수치를 통해 일정 부분 확인될 수 있다. 수치는 각자의 감각을 넘어 현실의 특정 부분을 보이게 한다. 성과가 어느 정도인지, 변화가 얼마나 일어났는지, 목표와 현재 사이의 차이가 무엇인지 확인하게 한다. 수치는 모호한 인식을 구체화하고, 감정적 판단을 일정 부분 조정하게 한다. 그래서 수치는 공동 현실을 만드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러나 수치만으로 공동 현실이 완성되지는 않는다. 수치는 현실의 일부를 보여준다. 무엇을 측정했는가에 따라 보이는 현실이 달라지고, 측정되지 않은 것은 쉽게 사라진다. 공동 현실을 만들기 위해 수치를 사용하려면, 그 수치가 무엇을 보여주고 무엇을 보여주지 못하는지 함께 보아야 한다. 수치는 공동 현실의 도구이지 공동 현실 전체가 아니다.
공동 현실은 책임을 요구한다
공동 현실은 책임을 요구한다. 사람들이 함께 현실을 보았다고 말하려면, 그 현실에 대해 무엇을 할 것인지도 물어야 한다. 단순히 같은 정보를 공유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그 정보가 어떤 판단을 요구하는지, 어떤 행동이 필요한지, 누가 어떤 책임을 감수해야 하는지 정해야 한다. 공동 현실은 공동 행동의 바탕이기 때문이다.
책임 없는 공동 현실은 관찰에 머문다. 문제를 함께 알고 있지만 아무도 행동하지 않을 수 있다. 모두가 위험을 인식하지만 누구도 책임지지 않을 수 있다. 반대로 책임이 연결된 공동 현실은 행동을 부른다. 우리가 본 현실이 무엇이고, 그 현실 앞에서 각자의 역할이 무엇인지 분명해질 때 공동 현실은 의식으로 깊어진다. 현실을 함께 본다는 것은 함께 책임질 준비를 하는 일이다.
공동 현실은 타자를 통해 넓어진다
공동 현실은 타자를 통해 넓어진다. 타인은 내가 보지 못한 현실을 보여주고, 내가 익숙하게 받아들인 해석을 흔들며, 내가 놓친 책임을 묻게 한다. 타자의 시야가 들어올 때 현실은 더 복잡해진다. 그러나 그 복잡함이 공동 현실의 깊이를 만든다. 단순한 현실은 편하지만, 자주 부족하다. 깊은 현실은 불편하지만, 더 책임 있는 판단을 가능하게 한다.
이전 글에서 함께 보는 세계를 다루었다. 공동 현실은 그 논의의 연장이다. 함께 본다는 것은 각자의 차이를 지우는 일이 아니라, 차이를 가지고 더 넓은 현실을 구성하는 일이다. 타자의 시야는 나의 확신을 흔들 수 있다. 그러나 그 흔들림을 통과할 때 현실은 더 정확해진다. 공동 현실은 타자를 배제하지 않고 타자를 통해 확장된다.
공동 현실에서 공동 의식으로
공동 현실은 의식으로 나아가는 문이다. 사람들이 함께 현실을 보고, 그 현실을 설명하는 언어를 만들고, 수치와 경험을 함께 검토하며, 그 앞에서 책임을 묻기 시작할 때 인식은 의식으로 깊어진다. 공동 현실은 단순한 정보의 공유가 아니다. 그것은 함께 받아들일 수 있는 기준을 준비하는 과정이다.
인식은 개인에게서 시작되지만, 의식은 타자와의 관계 속에서 더 깊어진다. 내가 본 현실을 타자의 시야와 함께 검토하고, 그 현실을 공동의 책임 앞에 놓을 때 인간은 자기 세계를 넘어선다. 공동 현실의 가능성은 바로 여기에 있다. 서로 다른 개인의 세계가 만나, 함께 보고, 함께 판단하고, 함께 책임질 수 있는 세계를 만드는 일이다. 이 세계가 형성될 때 인식은 의식으로 넘어갈 수 있다. © shikha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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