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치와 시야 - [인식과 의식, 그리고 행동]


사람은 어디에서 보는가

사람은 언제나 어떤 위치에서 세계를 본다. 그는 허공에 떠 있는 눈으로 현실을 바라보지 않는다. 몸이 놓인 자리, 맡고 있는 역할, 감당해야 할 책임, 속해 있는 관계, 지나온 시간의 축적 속에서 현실을 본다. 그러므로 인식은 단순히 눈앞에 무엇이 있는가의 문제가 아니다. 그것을 어디에서 보고 있는가의 문제이다. 위치가 달라지면 시야가 달라지고, 시야가 달라지면 현실의 의미도 달라진다.

같은 상황도 보는 위치에 따라 다르게 나타난다. 높은 곳에서 보는 길과 낮은 곳에서 걷는 길은 다르다. 멀리서 보는 사람의 행동과 가까이서 경험하는 사람의 행동도 다르다. 조직 안에서도 마찬가지이다. 리더는 전체 방향과 결과를 보려 하고, 구성원은 자신의 역할과 실행 조건을 먼저 본다. 고객을 만나는 사람은 현장의 반응을 보고, 재무를 맡은 사람은 비용과 지속 가능성을 본다. 누구도 현실 전체를 혼자 보지 못한다. 각자는 자신의 위치만큼 현실을 본다.

위치는 보이는 것을 만든다

위치는 단순한 배경이 아니다. 위치는 실제로 무엇이 보이는지를 만든다. 어떤 자리에 서 있는 사람은 특정한 정보에 더 가까이 있고, 다른 정보에는 더 멀리 있다. 현장에 있는 사람은 구체적 어려움과 미세한 변화를 잘 본다. 그러나 전체 전략과 자원의 제약은 충분히 보지 못할 수 있다. 경영자는 전체 구조와 방향을 볼 수 있지만, 현장의 작은 마찰과 감정의 흐름을 놓칠 수 있다.

위치는 관심을 만든다. 책임을 지는 사람은 결과를 먼저 보고, 실행하는 사람은 과정의 조건을 먼저 본다. 평가하는 사람은 기준과 성과를 보고, 평가받는 사람은 부담과 공정성을 본다. 이 차이는 단순한 성격 차이가 아니다. 위치가 사람의 시야를 만든 결과이다. 따라서 누군가 다른 현실을 보고 있다고 해서 그가 반드시 틀린 것은 아니다. 그는 다른 위치에서 현실을 보고 있을 뿐이다.

시야는 넓이와 깊이를 가진다

시야에는 넓이가 있고 깊이가 있다. 넓은 시야는 여러 요소를 함께 보는 능력이다. 한 사건을 개인의 문제로만 보지 않고, 구조와 관계, 시간과 책임의 흐름 속에서 함께 보는 것이다. 깊은 시야는 겉으로 드러난 현상 아래에 있는 원인과 의미를 보는 능력이다. 표면의 행동만 보지 않고, 그 행동을 만든 인식과 의식, 두려움과 책임 구조를 보는 것이다.

그러나 넓은 시야와 깊은 시야는 저절로 생기지 않는다. 사람은 대개 자기 위치에서 가장 가까운 것부터 본다. 가까운 것은 선명하고, 먼 것은 흐릿하다. 자신의 부담은 크게 보이고, 타인의 부담은 작게 보일 수 있다. 자신의 책임은 무겁게 느껴지고, 타인의 책임은 가볍게 보일 수 있다. 시야를 넓히려면 자기 위치의 가까움을 상대화해야 한다. 깊게 보려면 눈앞의 현상에 곧바로 반응하지 않고 그 뒤의 구조를 물어야 한다.

위치는 오해를 낳을 수 있다

위치의 차이는 오해를 낳는다. 리더는 구성원이 전체를 보지 못한다고 생각하고, 구성원은 리더가 현실을 모른다고 생각할 수 있다. 부모는 아이가 책임을 모른다고 생각하고, 아이는 부모가 자신의 감정을 모른다고 느낄 수 있다. 같은 공간에 있어도 각자가 서 있는 위치가 다르면 서로 다른 현실을 경험한다. 이 차이가 설명되지 않으면 오해가 생긴다.

오해는 상대가 무지해서 생기는 경우도 있지만, 상대의 위치를 상상하지 못해서 생기는 경우가 더 많다. 사람은 자기 위치에서 본 현실을 자연스럽게 현실 전체로 여긴다. 그래서 다른 사람이 다르게 말하면 그것을 부족함이나 왜곡으로 판단하기 쉽다. 그러나 다른 사람의 말은 그가 선 자리에서 본 현실의 표현일 수 있다. 인식의 성숙은 자기 위치의 한계를 아는 데서 시작된다.

위치를 바꾸어 보는 능력

사람은 자신의 위치를 완전히 벗어날 수는 없다. 그러나 다른 위치를 상상할 수는 있다. 위치를 바꾸어 보는 능력은 인식의 중요한 성숙이다. 이것은 단순한 공감과 다르다. 상대의 감정을 따뜻하게 이해하는 것만이 아니라, 상대가 어떤 책임과 정보, 압박과 관계 속에서 현실을 보고 있는지 생각하는 일이다. 타인의 위치를 이해하면 같은 사건의 다른 의미가 보인다.

리더가 구성원의 위치를 생각하면 지시의 무게를 더 잘 알 수 있다. 구성원이 리더의 위치를 생각하면 결정의 불완전성과 책임의 부담을 더 잘 이해할 수 있다. 고객의 위치를 생각하면 제품의 문제가 다르게 보이고, 동료의 위치를 생각하면 협업의 어려움이 다르게 보인다. 위치를 바꾸어 보는 일은 자기 관점을 버리는 일이 아니다. 자기 관점을 넓히는 일이다.

시야의 차이를 질서로 바꾸어야 한다

공동체 안에서는 다양한 위치가 존재한다. 따라서 다양한 시야도 존재한다. 이 차이는 갈등의 원인이 될 수 있지만, 잘 다루면 더 깊은 인식의 자원이 된다. 한 사람의 시야는 제한되어 있기 때문에 여러 위치의 시야가 필요하다. 문제는 그 시야들이 무질서하게 충돌할 때 생긴다. 각자가 자기 위치에서 본 현실만 절대화하면 공동의 판단은 어려워진다.

시야의 차이를 질서로 바꾸려면 기준이 필요하다. 서로 다른 위치에서 본 현실을 모으고, 어떤 정보를 우선할지, 어떤 책임을 고려할지, 어떤 행동으로 이어갈지 정해야 한다. 위치의 차이를 없애려 할 필요는 없다. 오히려 그 차이를 인정하고, 각 위치의 시야가 무엇을 보이게 하고 무엇을 가리게 하는지 살펴야 한다. 그런 다음 공동의 기준 안에서 판단을 구성해야 한다.

인식은 위치의 자각에서 깊어진다

인식은 위치의 자각에서 깊어진다. 내가 어디에서 보고 있는가를 알 때, 내가 무엇을 보고 무엇을 보지 못하는지도 알 수 있다. 자기 위치를 모르는 사람은 자기 시야를 현실 전체로 오해한다. 자기 위치를 아는 사람은 자신이 본 현실을 책임 있게 말할 수 있다. 그는 확신하되 절대화하지 않고, 판단하되 다른 시야를 닫지 않는다.

제1장에서 우리는 현실이 감각과 해석, 관점과 언어를 통해 구성된다는 점을 보았다. 제2장의 첫 질문은 그 구성의 조건이다. 그중 가장 먼저 보아야 할 조건이 위치와 시야이다. 인간은 자신이 선 자리에서 세계를 본다. 그러므로 더 깊게 인식하려면 더 많이 보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자신이 어디에서 보고 있는지 알아야 한다. 위치를 자각하는 순간, 인식은 단순한 확신에서 책임 있는 앎으로 나아간다. © shikha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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