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식의 형성 - [인식과 의식, 그리고 행동]
의식은 갑자기 생기지 않는다
의식은 갑자기 생기지 않는다. 어떤 하나의 깨달음만으로도 완성되지 않는다. 인간은 세계를 보고, 여러 경험을 겪고, 타자의 말을 듣고, 자기 감정과 판단을 성찰하며 조금씩 의식을 형성한다. 의식은 인식의 축적과 내면화의 결과이다. 외부 현실이 자기 안으로 들어오고, 그 현실이 기준과 책임의 형태를 갖추면서 의식이 만들어진다.
의식의 형성은 시간의 과정이다. 오늘 본 현실이 내일 바로 행동의 기준이 되지 않을 수 있다. 사람은 저항하고, 방어하고, 망설이며, 때로는 외면한다. 그러나 어떤 현실이 반복해서 다가오고, 그 현실을 더 이상 피할 수 없다고 느끼며, 그것이 자기 삶과 연결되어 있음을 받아들이는 순간 의식은 깊어진다. 의식은 반복된 인식이 책임으로 굳어지는 과정이다.
의식은 인식의 성찰에서 시작된다
의식은 인식의 성찰에서 시작된다. 내가 무엇을 보았는가만 묻는 것이 아니라, 내가 왜 그렇게 보았는가를 묻는 것이다. 나의 위치와 경험, 감정과 관계가 어떻게 현실을 구성했는지 살피는 일이다. 자신이 본 현실을 절대화하지 않고, 그 현실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돌아볼 때 인식은 의식으로 넘어갈 준비를 한다.
성찰 없는 인식은 쉽게 습관적 판단으로 굳어진다. 사람은 익숙한 방식으로 보고, 익숙한 방식으로 해석하며, 익숙한 방식으로 행동한다. 그러나 성찰은 이 흐름을 멈춘다. 내가 정말 제대로 보았는가. 다른 가능성은 없는가. 이 현실이 나에게 무엇을 요구하는가. 이런 질문이 의식의 시작이다. 의식은 보이는 것을 받아들이는 데서 시작하지 않고, 보인 것을 다시 묻는 데서 시작한다.
의식은 받아들임을 통해 형성된다
의식은 받아들임을 통해 형성된다. 아무리 많은 현실을 보아도 그것을 자기 안에 받아들이지 않으면 의식은 생기지 않는다. 사람은 문제를 알고도 무관한 일로 둘 수 있고, 책임을 보고도 남의 몫으로 돌릴 수 있다. 그 경우 인식은 있었지만 의식은 형성되지 않았다. 의식은 현실을 자기 기준으로 받아들이는 순간 시작된다.
받아들임은 편안한 일이 아니다. 그것은 자기 방어를 흔들고, 기존의 자기 이해를 바꾸며, 때로는 책임을 요구한다. 그러나 바로 그 불편함이 의식의 형성에 필요하다. 인간은 불편한 현실을 내면화할 때 달라진다. 자신이 잘못 보았다는 사실, 타인을 단순화했다는 사실, 책임을 회피했다는 사실을 받아들일 때 의식은 성숙한다.
의식은 기준을 세운다
의식이 형성되면 기준이 생긴다. 이 기준은 단순한 규칙이 아니라 내면의 방향이다. 앞으로 무엇을 중요하게 볼 것인가, 어떤 행동을 선택할 것인가, 어떤 책임을 회피하지 않을 것인가를 결정하게 한다. 의식은 인간 안에서 판단의 중심을 만든다. 그래서 의식 있는 사람은 상황이 달라져도 일정한 기준을 유지하려 한다.
기준은 경험과 언어, 도덕적 판단을 통해 형성된다. 사람은 자신의 경험을 해석하고, 그 해석을 언어로 정리하며, 무엇이 옳은지 묻는다. 이 과정이 반복되면 내면의 기준이 만들어진다. 그 기준은 이후의 인식을 다시 이끈다. 사람은 자신이 받아들인 기준에 따라 세계를 보고, 그 세계 앞에서 행동을 선택한다. 의식은 기준을 만들고, 기준은 다시 인식과 행동을 이끈다.
의식은 타자와의 만남에서 형성된다
의식은 혼자만의 내면에서 형성되지 않는다. 타자와의 만남 속에서 더 깊어진다. 타인은 내가 보지 못한 현실을 보여주고, 내 판단의 한계를 드러내며, 내 책임을 묻게 한다. 타자의 고통은 나의 도덕을 흔들고, 타자의 질문은 나의 확신을 검토하게 한다. 의식은 타자를 통해 자기중심성을 넘어설 수 있다.
타자를 만나지 않는 의식은 쉽게 폐쇄된다. 자기 기준을 절대화하고, 자기 경험을 보편적 원리로 여기며, 타인의 위치를 충분히 보지 못한다. 성숙한 의식은 타자를 포함한다. 나의 기준이 타인에게 어떤 영향을 주는지, 나의 행동이 공동의 현실 속에서 어떤 책임을 갖는지 묻는다. 타자는 의식을 불편하게 만들지만, 그 불편함이 의식을 성숙하게 한다.
의식은 반복을 통해 단단해진다
의식은 한 번의 결심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반복을 통해 단단해진다. 어떤 기준을 받아들였으면 그 기준에 따라 다시 판단하고, 다시 선택하고, 다시 책임져야 한다. 이 반복이 없으면 의식은 선언에 머문다. 사람은 좋은 기준을 말할 수 있지만, 반복해서 그 기준에 따라 행동하지 않으면 그 기준은 내면화되지 않는다.
의식의 형성에는 행동의 반복이 필요하다. 물론 행동은 제3부의 주제이다. 그러나 이미 여기에서 행동의 필요가 나타난다. 의식은 행동을 향하고, 행동은 의식을 확인한다. 책임을 받아들인 사람은 책임 있는 행동을 반복해야 하고, 타자를 존중한다는 기준을 가진 사람은 타자를 단정하지 않는 행동을 반복해야 한다. 반복은 의식을 몸에 새긴다.
의식의 형성은 인간의 변화이다
의식이 형성된다는 것은 인간이 달라진다는 뜻이다. 더 많이 아는 사람이 되는 것만이 아니다. 다르게 보는 사람, 다르게 판단하는 사람, 다르게 책임지는 사람이 되는 것이다. 인식은 세계를 보여주고, 의식은 그 세계 앞에서 인간을 다시 세운다. 의식이 형성될 때 사람은 더 이상 이전과 같은 방식으로 현실을 외면하기 어렵다.
제2부 제1장은 의식이 무엇인가를 다루었다. 인식과 의식의 차이, 받아들인 현실, 내면의 기준, 도덕의 자리, 의식의 형성은 하나의 흐름을 이룬다. 인간은 세계를 보고, 그 세계를 받아들이며, 자기 안에 기준을 세우고, 도덕적 질문을 통해 책임의 자리로 나아간다. 의식은 이 모든 과정의 이름이다. 의식은 인간이 자기 행동의 주체가 되기 위해 형성하는 내면의 질서이다. © shikhak

댓글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