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치의 선택 - [인식과 의식, 그리고 행동]


판단은 가치를 선택하는 일이다

판단은 가치를 선택하는 일이다. 인간은 현실 앞에서 무엇이 더 중요한지 정해야 한다. 모든 가치를 동시에 같은 정도로 지킬 수는 없다. 때로는 속도와 신중함이 충돌하고, 효율과 배려가 충돌하며, 자유와 책임이 충돌한다. 이때 사람은 무엇을 우선할지 선택해야 한다. 그 선택이 판단이다.

가치의 선택은 단순한 취향의 문제가 아니다. 어떤 가치를 선택하느냐에 따라 행동의 방향이 달라지고, 책임의 구조가 달라지며, 타인과의 관계도 달라진다. 성과를 우선하면 행동은 결과 중심으로 움직이고, 신뢰를 우선하면 과정과 관계를 더 중시하게 된다. 책임을 우선하면 불편한 사실도 드러내려 하고, 안정성을 우선하면 위험을 줄이려 한다. 가치는 행동의 방향을 결정한다.

모든 가치는 서로 조화롭지 않다

인간은 좋은 가치들을 함께 말하고 싶어 한다. 자유도 중요하고 책임도 중요하며, 효율도 중요하고 윤리도 중요하다. 신속함도 필요하고 신중함도 필요하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이 가치들이 자주 충돌한다. 가치가 충돌할 때 판단의 어려움이 생긴다. 모든 좋은 것을 동시에 선택할 수 없을 때, 인간은 무엇을 먼저 놓을 것인지 결정해야 한다.

이때 가치 선택은 고통을 동반한다. 하나를 선택한다는 것은 다른 하나를 일정 부분 포기하거나 뒤로 미룬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빠른 결정을 선택하면 더 깊은 검토의 가능성이 줄어들 수 있고, 관계의 평화를 선택하면 책임의 명확성이 흐려질 수 있다. 가치를 선택하는 사람은 그 선택의 비용을 알아야 한다. 비용을 보지 않는 선택은 책임 없는 선택이 된다.

선택된 가치는 기준이 된다

가치는 선택될 때 기준이 된다. 막연히 중요하다고 말하는 가치와 실제로 선택한 가치는 다르다. 사람은 많은 가치를 말할 수 있다. 그러나 갈등 상황에서 무엇을 선택했는가를 보면 그 사람의 실제 기준이 드러난다. 조직도 마찬가지이다. 조직은 책임, 성장, 신뢰, 자율, 성과를 모두 말할 수 있다. 그러나 실제 평가와 보상, 실패 대응에서 무엇을 선택하는가가 그 조직의 진짜 가치를 보여준다.

선택된 가치는 반복을 통해 내면의 기준이 된다. 어떤 사람이 매번 책임보다 편안함을 선택하면, 그의 의식은 편안함을 중심으로 형성된다. 반대로 매번 불편하더라도 책임을 선택하면, 책임은 그의 내면 기준이 된다. 가치는 선언으로 형성되지 않는다. 선택을 통해 형성된다. 인간은 자신이 선택한 가치로 자신을 만들어간다.

가치 선택은 자기 이해를 드러낸다

사람이 무엇을 선택하는가는 그가 자신을 어떻게 이해하는지 드러낸다. 자신을 책임지는 존재로 이해하는 사람은 손해를 감수하더라도 책임의 가치를 선택하려 한다. 자신을 생존해야 하는 존재로만 이해하는 사람은 안전과 이익을 먼저 선택할 수 있다. 자신을 타자와 함께 사는 존재로 이해하는 사람은 타인의 고통과 관계의 책임을 더 깊게 고려한다.

가치 선택은 자기 정체성과 연결된다. 내가 어떤 사람이고 싶은가. 어떤 기준을 가진 사람으로 살고 싶은가. 어떤 행동을 한 뒤에도 자신에게 설명할 수 있는가. 이런 질문이 가치 선택의 뒤에 있다. 그래서 가치 선택은 단순한 외부 판단이 아니다. 그것은 자기 자신을 형성하는 내면의 행위이다.

가치 선택에는 우선순위가 필요하다

가치를 선택하려면 우선순위가 필요하다. 모든 가치가 중요하다고만 말하면 실제 판단의 순간에는 혼란이 생긴다. 어떤 가치가 기본이고, 어떤 가치는 상황에 따라 조정될 수 있는지 정해야 한다. 예를 들어 성과는 중요하지만 인간의 도덕을 파괴해서는 안 된다는 기준이 있다면, 성과는 윤리의 한계 안에서 추구되어야 한다. 효율은 필요하지만 책임을 흐려서는 안 된다면, 효율은 책임의 구조 위에서 판단되어야 한다.

우선순위는 판단을 가능하게 한다. 가치 충돌이 생겼을 때 무엇을 지켜야 하는지 알려주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선순위는 경직되어서는 안 된다. 현실은 복잡하고, 상황마다 고려해야 할 요소가 다르다. 우선순위는 판단의 중심을 제공하되, 구체적 상황 속에서 다시 검토되어야 한다. 성숙한 의식은 원칙과 상황을 함께 본다.

가치 선택은 타자와 공동체를 포함해야 한다

가치 선택은 개인의 내면에서 이루어지지만, 타자와 공동체를 포함해야 한다. 나의 선택은 나만의 결과로 끝나지 않는다. 내가 효율을 선택하면 누군가의 부담이 커질 수 있고, 내가 침묵을 선택하면 타인의 부당함이 지속될 수 있다. 내가 자유를 선택할 때 그 자유가 타인의 책임을 무겁게 만들 수 있다. 가치 선택은 관계 속에서 이루어진다.

따라서 성숙한 가치 선택은 타자의 위치를 고려한다. 나에게 중요한 가치가 타인에게 어떤 영향을 주는지 묻는다. 내가 선택한 가치가 공동의 현실 안에서 어떤 질서를 만드는지 본다. 자기 가치만 절대화하면 판단은 독선이 된다. 공동체의 요구만 따르고 자기 기준을 잃으면 판단은 순응이 된다. 가치 선택은 자기 기준과 타자의 현실 사이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가치 선택의 책임

가치를 선택한 사람은 그 선택의 결과를 책임져야 한다. 어떤 가치를 우선했다면, 그 가치가 만든 행동과 그 행동이 낳은 결과를 설명해야 한다. 성과를 우선했다면 그 과정에서 발생한 부담을 보아야 하고, 안정성을 우선했다면 놓친 기회를 보아야 한다. 관계를 우선했다면 책임의 흐림을 살펴야 하고, 책임을 우선했다면 관계의 긴장을 감수해야 한다.

가치 선택은 인간 의식의 핵심이다. 무엇을 옳다고 보는가라는 질문이 판단의 출발점이라면, 어떤 가치를 우선할 것인가라는 질문은 판단의 구조를 만든다. 인간은 선택한 가치에 따라 자신을 형성하고, 그 선택을 반복하면서 자신의 삶을 만든다. 의식은 가치 선택을 통해 방향을 얻고, 행동은 그 방향을 현실 속에 드러낸다. © shikha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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