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모임과 조직의 차이 - [의식과 조직]
함께 있음과 함께 움직임의 차이
사람은 모이면 자연스럽게 하나의 집단을 이룬다. 같은 공간에서 서로를 인식하고 일정한 관계를 형성하면 모임이 만들어진다. 구성원이 서로를 알고 간단한 상호작용을 이어가는 것이다. 이러한 모습은 조직과 유사하게 보인다. 그러나 함께 있다는 사실만으로 조직이 형성되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사람은 함께 있을 수 있지만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지는 않는다. 이 차이가 모임과 조직을 구분하는 출발점이다.
모임에서는 각자가 독립적으로 판단한다. 모임 구성원은 자신의 경험과 이해에 따라 행동을 결정하고 같은 상황에서도 서로 다른 선택이 나타난다. 누군가는 적극적으로 행동하고, 다른 누군가는 관망하는 태도를 보인다. 이처럼 구성원의 판단이 통일되지 않으면 그들의 행동은 자연스럽게 분산된다. 같은 공간에 있지만 행동은 서로 다른 방향으로 흩어진다는 말이다. 당연히 이 상태에서는 공동의 결과를 만들기 어렵다.
판단의 기준이 공유되지 않은 상태
모임이 조직으로 발전하지 못하는 이유는 판단의 기준이 공유되지 않기 때문이다. 모임 구성원은 서로를 관찰하고 영향을 받기도 하지만, 다른 구성원의 판단을 자신의 행동 기준으로 고정하지는 않는다. 각자의 판단은 참고 대상에 머무르고, 행동은 개인의 선택에 따라 이루어진다. 이 과정에서는 명확한 기준이 형성되지 않는다. 기준이 없으면 행동의 방향도 정할 수 없다.
이러한 상태에서는 협력이 필요할 때도 일관된 행동을 하지 못하고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상황에서도 각자가 다른 기준을 적용한다. 누군가는 빠른 결정을 중요하게 여기고, 다른 누군가는 충분한 검토를 우선하기도 한다. 이 차이는 갈등으로 이어지고 해결 기준이 없는 갈등은 계속 반복된다. 즉, 모임은 유지되지만 질서는 형성되지 않는다.
승인된 판단의 형성
조직은 다르다. 모임과 달리 행동의 질서 있는 조직은 특정한 판단이 구성원에게 승인될 때 형성되기 시작한다. 여기서 중요한 요소는 강제가 아니라 승인이다. 조직 구성원은 어떤 판단을 받아들이고 그 판단을 자신의 행동 기준으로 삼는다. 이 과정에서 승인된 판단은 개인의 의견을 넘어 공동의 기준으로 기능한다. 그럼으로써 구성원은 더 이상 매번 새로운 판단을 하지 않고 이미 승인된 기준을 참고하여 행동할 수 있다.
이렇게 승인된 판단은 반복을 통해 강화된다. 동일한 기준이 여러 상황에서 적용되면서 조직 구성원은 그 기준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 이때 판단은 개인의 선택을 넘어 조직의 질서를 형성하는 요소로 작용한다. 모임이 조직으로 전환되는 지점은 바로 이 승인 과정에서 발생한다.
행동의 반복과 구조의 형성
조직은 반복을 통해 자신을 유지한다. 조직에서 승인된 판단이 구성원의 행동으로 이어지고, 그 행동이 지속적으로 반복될 때 일정한 패턴이 형성된다. 그럼으로써 조직 구성원은 행동의 결과를 예측할 수 있고, 이 예측 가능성은 안정성을 만든다. 그리고 안정성은 다시 행동의 일관성을 강화한다. 이러한 순환이 이어질 때 조직은 비로소 구조를 갖는다.
지금까지 살펴본 것처럼 반복이 조직의 핵심 조건이다. 일회적인 행동으로는 조직이 형성되지 않는다. 동일한 기준이 지속적으로 적용될 때 행동은 구조로 고정된다. 이 구조는 개인의 의도와 무관하게 작동한다. 특정 인물이 부재하더라도 조직 안에서는 동일한 행동이 반복되기 때문이다. 이 반복을 통해 조직은 개인을 넘어서는 독립성을 확보한다.
책임의 구조화
모임에서는 책임이 분산되기 쉽다. 문제가 발생해도 누가 어떤 판단을 했는지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는다. 모임 구성원은 각자의 입장을 설명하지만, 행동의 기준이 공유되지 않았기 때문에 책임을 특정하기 어렵다. 이 상태에서는 동일한 문제가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모임 수준에 머물고 있는 조직은 경험을 축적하지 못하고 개선의 방향도 모호해진다.
조직에서는 상황이 다르게 전개된다. 특정한 판단이 행동의 기준으로 작동하기 때문에 그 판단과 관련된 책임이 드러난다. 책임은 개인의 성향이 아니라 조직의 구조 속에서 규정된다. 그리고 이 구조는 조직이 스스로를 수정하고 발전할 수 있는 기반이기도 하다. 책임이 명확할수록 조직은 더 빠르게 학습하고 더 안정적으로 작동한다.
조직을 정의하는 기준
사람의 모임과 조직은 다음과 같이 분명한 차이가 있다. 첫째, 모임은 관계를 중심으로 형성되지만 조직은 기준을 중심으로 작동한다. 둘째, 모임에서는 함께 있는 것이 중요하지만 조직에서는 함께 움직이는 것이 중요하다. 이런 차이에 따라 구성원이 조직 안에서 동일한 판단을 승인하고 그 판단을 반복 가능한 행동으로 유지할 때 조직은 성립한다.
그러므로 조직은 사람의 수로 정의되지 않는다. 판단의 승인과 행동의 반복이 만들어내는 구조로 정의된다. 이 구조가 형성될 때 조직 구성원은 동일한 방향으로 움직인다. 이것이 조직을 모임과 구별짓는 큰 특징이다. 모임은 구성원이 존재하기만 하면 되지만 조직은 구성원이 동일한 방향으로 행동할 수 있어야만 한다. 즉, 모임은 관계를 유지하는 상태에 머무르지만 조직은 질서를 형성하며 지속되는 것이다. 이 차이를 이해할 때 조직의 본질이 드러난다.
지금까지 우리는 사람의 모음과 조직의 차이에 대하여 살펴보았다. 다음 글에서는 감정 공동체 조직의 한계에 대하여 살펴볼 것이다. © shikha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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