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 공동체 조직의 한계 - [의식과 조직]
감정은 결속을 만든다
사람은 감정을 통해 서로 연결된다. 친밀감, 신뢰, 호감과 같은 정서는 관계를 형성하고 유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조직 구성원은 서로를 이해하려 노력하고, 갈등을 줄이며 관계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려 한다. 이러한 상태는 조직이 잘 작동하고 있다는 인상을 준다. 구성원 사이의 분위기가 원활하고 충돌이 겉으로 드러나지 않기 때문이다. 이때 조직은 안정되어 보이며 외부에서도 긍정적으로 평가하기 쉽다.
그러나 감정이 결속의 중심이 될 때 조직은 다른 방식으로 흔들릴 수 있다. 감정은 관계를 연결하는 힘을 가지지만 행동의 기준을 제공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감정으로 결속된 조직 구성원은 서로 배려는 할 수 있어도 무엇을 기준으로 행동해야 하는지를 명확하게 알지 못한다. 이 상태에서는 갈등이 줄어드는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실제로는 조직을 유지하는 데 중요한 행동의 판단이 뒤로 밀려나 있다.
감정은 기준이 되지 않는다
감정은 개인마다 다르게 형성된다. 같은 상황에서도 누군가는 만족을 느끼고, 다른 누군가는 불편함을 느낀다. 그리고 감정은 시간에 따라 변하고 경험에 따라 쉽게 바뀐다. 이러한 감정의 특성은 인간 관계를 풍부하게 만들지만 조직 운영의 기준으로 사용하기에는 불안정하다. 그런 까닭에 조직 구성원이 감정에 따라 판단을 내리기 시작하면 동일한 상황에서도 서로 다른 행동이 반복된다.
이 상황이 지속되면 조직은 일관성을 잃는다. 어떤 날에는 허용되던 행동이 다른 날에는 문제로 지적되고, 어떤 사람에게는 관대하게 적용되던 기준이 다른 사람에게는 엄격하게 적용된다. 이런 식의 경험이 반복되면 구성원은 조직 안에서 행동의 기준을 예측하기 어렵다. 예측 가능성이 사라지면 조직 구성원은 행동보다 관계를 먼저 고려하기 시작한다. 그러면 조직은 점차 기준 중심이 아니라 관계 중심으로 이동한다.
관계 유지가 판단을 대체한다
감정 공동체 조직에서는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한 가치로 작용한다. 조직 구성원은 갈등을 드러내기보다 완화하려 하고, 문제를 명확히 하기보다 조정하려 한다. 이 과정에서 판단은 점차 뒤로 밀려난다. 누군가는 기준을 낮추고 누군가는 판단을 유보한다. 이러한 선택은 단기적으로는 조직을 안정적으로 보이게 만든다.
조직의 판단 기준이 흐려지면 조직 구성원의 행동도 흔들린다. 구성원은 무엇이 옳은지보다 무엇이 관계를 유지하는 데 유리한지를 먼저 고려하기 때문이다. 이 상태에서는 문제를 해결하기보다 회피하는 선택이 늘어난다. 조직이 갈등을 줄이려 하지만 실제로는 문제를 축적하는 셈이다. 해결되지 않은 문제는 반복되고, 반복된 문제는 조직의 신뢰를 약화시킬 수밖에 없다.
평가와 책임이 흐려진다
감정 중심의 조직 구조에서는 평가가 명확하게 이루어지기 어렵다. 조직에서 평가는 매우 중요한 요소이며, 조직의 평가는 구성원의 행동과 결과를 기준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그러나 감정 공동체에서는 관계가 평가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친밀한 관계에 있는 구성원은 더 긍정적으로 해석되고, 갈등이 있는 구성원은 더 부정적으로 평가될 가능성이 높다. 공정해야 할 평가 기준이 공개된 규칙이 아니라 개인의 인식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다.
이런 조직에서는 책임의 구조도 함께 흔들린다. 문제가 발생했을 때 명확한 판단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책임은 분산되기 때문이다. 조직 구성원은 그 과정에서 문제의 원인과 책임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다. 이렇게 책임을 특정하지 못하면 동일한 문제가 반복될 수밖에 없다. 그러면 조직은 경험을 축적하지 못하고 개선의 기회를 놓친다.
감정과 구조의 관계
감정은 조직에서 제거할 수 있는 요소가 아니다. 인간은 감정적 존재이며, 관계는 조직의 중요한 기반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감정을 중심으로 조직을 이해하려 할 때 많은 문제와 한계가 발생한다. 앞서 살펴본 것처럼 감정은 연결을 만들어내지만 행동을 정렬시키는 기준을 만들지 못하기 때문이다. 조직이 안정적으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감정 위에 판단과 기준이 놓여야 한다.
그런 까닭에 조직에서는 구성원이 무엇을 느끼는가보다 무엇을 기준으로 행동하는가가 더 중요하다. 감정이 관계를 유지하는 요소로 기능할 수 있긴 하지만 질서를 만드는 원리로 사용되기에는 적합하지 않다. 따라서 조직은 감정을 배제하지 않되 감정에 의존하지 않는 구조를 가져야 한다.
감정 공동체의 한계를 넘어
지금까지 살펴본 것처럼 사람은 감정을 통해 연결되고 그 연결이 모임을 형성하기 때문에 감정 공동체가 조직의 출발점은 될 수 있다. 그러나 조직이 지속되기 위해서는 그 다음 단계로 나아가야 한다. 조직 구성원이 동일한 판단을 승인하고 그 판단을 행동으로 반복할 때 조직은 비로소 안정성을 갖는다.
이제 우리는 감정 공동체의 한계 때문에, 즉 감정은 관계를 유지하지만 행동의 기준을 만들지 못하기 때문에 조직이 감정 위에 머무를 수 없다는 사실을 이해했다. 핵심은 이것이다. 조직 구성원의 행동 기준이 형성될 때 조직은 질서를 갖고 그 질서 속에서 지속성을 확보한다. 그리고 이 전환이 이루어질 때 조직은 모임을 넘어 구조로 발전한다.
지금까지 우리는 감정 공동체 조직의 한계에 대하여 살펴보았다. 다음 글에서는 계약 공동체 조직의 한계에 대하여 살펴볼 것이다. © shikhak

댓글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