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 구성원의 반복된 승인 - [의식과 조직]


이전의 글에서 우리는 조직에서 복종과 동의의 차이에 대하여 살펴보았다. 이제 반복된 승인에 대하여 살펴볼 차례다.

한 번의 승인은 충분하지 않다

조직에서 어떤 판단이 받아들여졌다고 해서 곧바로 공동의 기준이 형성되는 것은 아니다. 구성원은 한 번의 설명을 듣고 일시적으로 동의할 수 있다. 그러나 그 동의가 지속적인 행동으로 이어지려면 반복이 필요하다. 조직의 구조는 한 번의 결정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같은 판단이 여러 상황에서 적용되고, 구성원이 그 판단을 계속해서 받아들이는 과정 속에서 조직은 서서히 구조를 갖는다.

한 번의 승인은 가능성을 만든다. 그리고 그 승인이 반복되면 질서를 만든다. 이 차이가 중요하다. 조직 구성원은 처음에는 새로운 기준을 낯설게 받아들인다. 그 기준이 실제 상황에서 어떻게 적용되는지 관찰하고 결과를 확인하며 다시 판단한다. 이 과정이 반복될 때 구성원은 그 기준을 신뢰하거나 거부하게 된다. 조직도 이 반복의 과정에서 자신의 기반을 드러낸다.

반복은 신뢰를 만든다

반복된 승인은 신뢰와 밀접하게 연결된다. 같은 기준이 같은 방식으로 적용될 때 구성원은 조직의 판단을 예측할 수 있다. 이러한 예측 가능성은 신뢰를 만든다. 그리고 구성원은 조직에서 어떤 행동이 요구되는지 알고, 그 행동이 어떤 평가로 이어질지 이해한다. 이 과정을 거치면서 조직은 불필요한 해석과 추측을 줄이고, 구성원은 사람의 기분보다 기준을 보고 행동할 수 있다.

신뢰는 말보다 반복에서 형성된다. 조직이 공정하다고 말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공정한 기준이 반복적으로 적용되어야 조직 구성원은 그 말을 믿는다. 리더가 책임을 말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지 않다. 실제로 판단의 결과를 책임지는 모습이 반복되어야 조직 구성원이 그 책임을 승인한다. 이처럼 반복은 조직의 언어를 현실로 만드는 과정이다.

반복은 행동을 구조로 만든다

조직에서 승인된 판단이 반복적으로 행동으로 이어질 때 그 행동은 구조가 된다. 처음에는 의식적인 선택이었던 행동도 반복되면 조직의 방식으로 자리 잡는다. 조직 구성원은 매번 새롭게 이유를 묻지 않고, 이미 승인된 기준에 따라 행동한다. 이때 행동은 개인의 선택을 넘어 조직의 질서로 정착한다.

또한, 반복은 조직의 기억을 만든다. 어떤 문제가 발생했을 때 조직은 이전의 기준을 참고한다. 이전에 어떤 판단이 내려졌고 어떤 행동이 이루어졌으며 어떤 결과가 나타났는지가 조직의 기억으로 남는다. 그리고 이 기억은 다음 행동을 돕는다. 이런 방식으로 조직은 반복을 통해 학습하고, 학습을 통해 더 안정적인 구조를 갖는다.

반복은 승인 여부를 드러낸다

조직 구성원이 어떤 판단을 실제로 승인했는지는 반복된 행동을 통해 확인된다. 말로는 동의했지만 행동이 이어지지 않는다면 그 판단은 아직 승인되지 않은 상태이다. 반대로 많은 말이 오가지 않았더라도 같은 기준에 따른 행동이 반복된다면, 그 판단은 조직 안에서 승인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반복은 승인 여부를 검증하는 장치이다.

이 점은 리더에게도 중요하다. 리더는 자신의 판단이 전달되었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구성원의 반복된 행동이 달라지지 않는다면 그 판단은 조직의 기준이 되지 못한 것이다. 조직은 선언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반복된 행동으로 움직인다. 반복은 판단이 실제로 조직 안에 자리 잡았는지를 보여주는 가장 분명한 증거이다.

반복은 구성원을 교육한다

반복된 승인은 구성원을 교육하는 효과도 가진다. 조직은 교육을 강의나 지시로만 수행하지 않는다. 반복되는 기준과 행동을 통해 구성원에게 무엇이 중요한지 가르친다. 어떤 보고가 요구되는지, 어떤 판단이 존중되는지, 어떤 책임이 회피될 수 없는지가 반복 속에서 전달된다. 구성원은 이러한 경험을 통해 조직의 질서를 배운다.

이 교육은 명시적 설명보다 강하게 작동할 때가 많다. 조직이 말하는 가치와 실제로 반복하는 행동이 다르면 구성원은 반복되는 행동을 더 신뢰한다. 따라서 반복은 조직의 진짜 기준을 드러낸다. 조직이 어떤 판단을 반복적으로 승인하는지 살피면, 그 조직의 실제 의식 구조를 이해할 수 있다.

반복의 왜곡과 위험

그렇다고 해서 반복이 항상 좋은 질서를 만드는 것은 아니다. 잘못된 판단도 반복되면 구조가 될 수 있다. 불공정한 기준, 책임 회피, 형식적인 보고, 침묵의 문화도 반복을 통해 조직의 방식으로 굳어진다. 이 경우 반복은 질서가 아니라 왜곡을 만든다. 구성원은 그 방식이 옳다고 믿어서 따르기보다, 조직에서 살아남기 위해 따르게 된다.

따라서 반복된 승인은 지속적으로 점검되어야 한다. 어떤 판단이 반복되고 있는지, 그 판단이 정당한지, 그 결과가 조직을 더 건강하게 만드는지 확인해야 한다. 반복은 조직을 안정시키지만, 동시에 조직을 굳어지게 만들 수 있다. 반복을 통해 질서를 만드는 조직에서 그 반복의 정당성을 계속 검토해야 하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공동 판단으로 향하는 반복

조직에서 반복된 승인은 개인 판단을 공동 판단으로 바꾸는 핵심 과정이다. 조직 구성원은 같은 기준을 반복해서 받아들이고, 그 기준에 따라 행동하며, 그 행동의 결과를 함께 경험한다. 이 과정에서 판단은 더 이상 한 사람의 의견에 머물지 않는다. 판단은 조직에서 공동의 기준이 되고, 공동의 기준은 행동 공동체를 만든다.

지금까지 살펴본 것처럼 조직은 반복된 승인을 통해 지속성을 얻는다. 승인된 판단은 행동으로 이어지고, 행동은 구조로 고정되며, 구조는 다시 다음 판단을 이끈다. 이 순환이 안정적으로 작동할 때 조직은 하나의 공동체가 된다. 결국 반복된 승인은 조직이 일시적인 동의에서 벗어나 지속적인 질서로 나아가는 과정이다.

지금까지 우리는 조직 구성원의 반복된 승인에 대하여 살펴보았다. 다음 글에서는 공동 판단의 탄생에 대하여 살펴볼 것이다. © shikha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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