받아들인 기준 - [인식과 의식, 그리고 행동]


기준은 받아들여질 때 힘을 가진다

기준은 인간 앞에 외부에서 주어질 수 있다. 사회는 규칙을 제시하고, 조직은 제도를 만들며, 관계는 약속을 요구한다. 사람은 그 기준을 듣고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기준은 이해되었다고 해서 곧바로 힘을 갖는 것은 아니다. 기준이 실제로 인간의 행동을 움직이려면 받아들여져야 한다. 받아들인 기준만이 내면에서 작동한다.

받아들인 기준은 외부의 명령과 다르다. 명령은 밖에서 사람을 움직인다. 그러나 받아들인 기준은 안에서 사람을 움직인다. 누군가 지켜보고 있어서 따르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그것을 옳다고 보았기 때문에 따르는 것이다. 기준이 내면에서 승인될 때, 인간은 그 기준을 자기 행동의 근거로 삼는다. 이때 기준은 의식의 일부가 된다.

받아들임은 단순한 순응이 아니다

기준을 받아들인다는 것은 단순히 순응한다는 뜻이 아니다. 순응은 외부의 힘에 맞추어 행동하는 것이다. 평가를 피하기 위해 따르고, 갈등을 줄이기 위해 따르며, 처벌을 피하기 위해 따르는 행동은 순응일 수 있다. 그러나 받아들임은 더 깊다. 받아들임은 그 기준을 자기 안에서 검토하고, 정당하다고 인정하며, 자기 행동의 근거로 삼는 일이다.

순응은 겉으로 보기에는 받아들임과 비슷해 보일 수 있다. 두 경우 모두 사람은 기준에 맞추어 행동한다. 그러나 내면의 구조는 다르다. 순응하는 사람은 기준이 사라지면 행동을 멈출 수 있다. 받아들인 사람은 감시가 없어도 기준을 지키려 한다. 순응은 외부와 연결되고, 받아들임은 의식과 연결된다. 이 차이가 행동의 지속성과 깊이를 결정한다.

받아들인 기준은 자기 언어를 얻는다

기준을 받아들이면 사람은 그 기준을 자기 언어로 말할 수 있게 된다. 외부에서 들은 말을 그대로 반복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경험과 판단 속에서 그 기준을 설명할 수 있다. “책임이 중요하다”는 말을 들은 사람이 그것을 단순히 따라 말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가 자신의 실패, 관계, 선택의 경험 속에서 책임의 의미를 설명할 수 있다면, 그 기준은 내면에 들어온 것이다.

자기 언어는 받아들임의 중요한 증거이다. 사람은 받아들이지 않은 기준을 오래 말하지 못한다. 말할 수는 있어도 그 말은 빌린 말에 가깝다. 받아들인 기준은 자기 언어가 된다. 그 언어는 판단을 이끌고, 판단은 행동을 준비한다. 의식은 자기 언어를 통해 자신을 드러낸다.

받아들인 기준은 행동을 제한한다

받아들인 기준은 행동을 가능하게 할 뿐 아니라 제한한다. 사람은 자신이 받아들인 기준 때문에 어떤 행동을 하지 않게 된다. 이익이 되어도 하지 않고, 편해도 하지 않으며, 감정이 요구해도 멈춘다. 기준은 인간에게 방향을 주는 동시에 한계를 세운다. 이 한계가 의식의 힘이다.

기준이 없는 자유는 쉽게 충동이 된다. 반대로 받아들인 기준은 자유를 책임 있게 만든다. 사람은 아무렇게나 행동하지 않는다. 자신이 받아들인 기준 안에서 선택한다. 이때 제한은 억압이 아니다. 그것은 자신이 어떤 사람으로 살고 싶은지에 대한 내면의 질서이다. 받아들인 기준은 인간에게 자기 자신을 지키는 경계를 제공한다.

받아들인 기준은 갈등 속에서 시험된다

기준을 받아들였는지는 편안한 상황보다 갈등 속에서 더 분명히 드러난다. 이익과 원칙이 충돌할 때, 관계와 책임이 충돌할 때, 두려움과 의무가 충돌할 때 사람은 자신이 실제로 무엇을 받아들였는지 보여준다. 말로는 책임을 받아들였다고 해도, 불리한 순간마다 책임을 피한다면 그 기준은 아직 깊이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이다.

갈등은 기준의 깊이를 시험한다. 받아들인 기준은 흔들릴 수 있지만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는다. 사람은 두려워하면서도 기준을 떠올리고, 망설이면서도 자신이 무엇을 지켜야 하는지 안다. 때로는 기준을 지키지 못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때도 내면에서 불편함이 생긴다. 이 불편함은 기준이 살아 있다는 증거이다. 받아들인 기준은 인간에게 자기 행동을 다시 묻게 한다.

받아들인 기준은 책임을 만든다

기준을 받아들이면 책임이 생긴다. 기준을 모른다고 말할 수 없고, 무관하다고 말하기 어려워진다. 자신이 옳다고 본 기준, 자기 행동의 근거로 삼겠다고 받아들인 기준은 그 사람에게 책임을 요구한다. 받아들임은 곧 책임의 시작이다. 기준을 받아들였다는 말은 그 기준에 따라 행동할 책임도 받아들였다는 뜻이다.

물론 인간은 완전하지 않다. 받아들인 기준대로 항상 행동하지는 못한다. 그러나 받아들인 기준은 실패 이후에도 책임을 묻게 한다. 왜 그 기준을 지키지 못했는가. 무엇이 나를 흔들었는가. 다음에는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가. 이 질문이 의식을 깊게 만든다. 받아들인 기준은 행동의 기준이면서 동시에 자기 성찰의 기준이다.

받아들인 기준에서 승인으로

받아들인 기준은 승인으로 이어진다. 승인은 기준을 단순히 아는 것을 넘어, 그것을 자기 의식의 일부로 인정하는 행위이다. 받아들인 기준은 더 이상 외부에 머물지 않는다. 그것은 인간 안에서 판단의 중심이 된다. 무엇을 옳다고 볼 것인가, 어떤 가치를 선택할 것인가, 어떤 행동을 해야 하는가를 이끈다.

지난 글에서 우리는 판단의 구조를 보았다. 판단은 옳음의 물음에서 시작되고, 가치의 선택과 기준의 내면화를 거쳐 책임으로 나아간다. 이제 다음 글은 그 판단이 인간 안에서 승인되는 과정을 다룬다. 받아들인 기준은 승인된 기준이다. 그리고 승인된 기준만이 인간을 깊은 행동으로 이끌 수 있다. 의식은 받아들인 기준을 통해 행동의 근거를 얻는다. © shikhak

댓글

이 블로그의 인기 게시물

리더의 말과 행동이 왜 중요한가? - [리더의 가면]에서 말하는 식학 리더십

식학을 제대로 활용하기 위한 이해 - 식학의 관점에서 되돌아보는 성찰

감정을 배제한다는 착각 - 식학의 관점에서 다루는 감정의 문제

[리더의 가면] 숫자 관리 관점 - 식학(識學) 조직관리

성과가 반복되는 조직은 무엇이 다를까 — 안도 고다이가 말하는 수치화 [수치화의 귀재]

기준과 성장은 충돌하지 않는다 - 식학의 관점에서 이해하는 개인의 성장

정렬된 조직은 흔들리지 않는다 - 식학의 관점에서 성과를 내는 조직의 조건

감정적인 리더가 일으킨 실패 - [리더의 가면]에서 말하는 식학 리더십

인식과 의식의 차이 - [의식과 조직]

[리더의 가면] 조직 관리 관점 - 식학(識學) 조직관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