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식과 의식의 차이 - [의식과 인식, 그리고 행동]
인식은 세계를 보는 일이다
인식은 세계를 보는 일이다. 인간은 감각하고, 해석하고, 언어로 정리하며, 타자와의 관계 속에서 현실을 구성한다. 제1부에서 우리는 인식이 단순한 정보 수용이 아니라 현실을 구성하는 과정이라는 점을 살폈다. 사람은 현실을 있는 그대로 전부 받아들이지 않는다. 자신의 위치와 경험, 감정과 언어, 관계와 권력의 영향을 받으며 현실을 본다. 그래서 같은 사건도 사람마다 다르게 인식된다.
인식은 인간이 세계와 만나는 첫 방식이다. 그러나 인식은 아직 인간의 전부를 바꾸지는 않는다. 어떤 현실을 보았다고 해서 그것을 자기 삶의 기준으로 받아들였다고 말할 수는 없다. 문제를 인식했지만 외면할 수 있고, 책임을 보았지만 받아들이지 않을 수 있으며, 옳은 말을 이해했지만 행동하지 않을 수 있다. 인식은 세계를 보는 일이지만, 그 세계를 자기 안에 들이는 일은 아니다.
의식은 받아들인 현실이다
의식은 인식된 현실이 인간의 내면에서 자기 기준으로 받아들여진 상태이다. 사람은 어떤 사실을 알게 된 뒤 다시 묻는다. 이것은 나와 어떤 관계가 있는가. 나는 이 현실을 받아들일 수 있는가. 이 기준은 나의 행동 기준이 될 수 있는가. 이 책임은 내가 감수해야 하는가. 이 질문들이 시작될 때 인식은 의식으로 깊어진다.
의식은 단순한 이해가 아니다. 이해는 머리로 가능하지만, 의식은 내면의 기준을 바꾼다. 어떤 사람이 조직의 책임 구조를 이해했다고 해서 그가 책임 있는 행동을 하게 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 책임 구조를 자기 행동의 기준으로 받아들이면 그의 행동은 달라진다. 의식은 현실을 나와 무관한 대상으로 두지 않는다. 의식은 현실을 자기 안으로 들이고, 그 현실 앞에서 자신이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묻는다.
인식은 거리에서 가능하고, 의식은 관계에서 깊어진다
인식에는 어느 정도의 거리가 필요하다. 사람은 현실을 보려면 자신이 보는 것과 자신을 구분할 수 있어야 한다. 감정에 휩쓸리지 않고, 타인의 위치를 보며, 수치와 언어를 통해 현실을 확인해야 한다. 이런 거리는 인식을 더 정확하게 만든다. 인식은 세계를 관찰하고 해석하는 능력이다.
그러나 의식은 단순한 거리에서 완성되지 않는다. 의식은 관계 속에서 깊어진다. 내가 본 현실이 나와 어떤 관계가 있는지, 타인과 어떤 책임을 나누는지, 내가 어떤 행동을 해야 하는지 묻기 때문이다. 인식은 “그것은 무엇인가”를 묻고, 의식은 “그것은 나에게 무엇을 요구하는가”를 묻는다. 인식은 세계를 보게 하고, 의식은 그 세계 앞에서 자기 자리를 묻게 한다.
인식은 가능성을 열고, 의식은 방향을 정한다
인식은 여러 가능성을 열어준다. 현실을 다르게 볼 수 있고, 타자의 위치를 이해할 수 있으며, 내가 잘못 보았을 수 있음을 인정하게 한다. 인식이 깊어질수록 사람은 현실의 복잡성을 더 많이 본다. 하나의 사건 안에 여러 원인과 책임, 감정과 구조가 얽혀 있음을 이해한다. 인식은 세계를 넓게 만든다.
그러나 의식은 그 넓어진 세계 안에서 방향을 정해야 한다. 여러 가능성을 알게 되었을 때, 사람은 그중 무엇을 자기 기준으로 받아들일지 선택해야 한다. 모든 것을 이해할 수는 있지만 모든 것을 승인할 수는 없다. 모든 관점을 볼 수는 있지만 모든 관점에 따라 행동할 수는 없다. 의식은 이해된 현실 가운데 무엇을 기준으로 삼을 것인가를 정한다. 그래서 의식은 판단과 연결된다.
인식은 오류를 고칠 수 있고, 의식은 삶을 바꾼다
인식의 오류는 수정될 수 있다. 잘못 본 현실을 다시 보고, 부족한 정보를 보완하고, 타인의 관점을 들으며, 감정의 왜곡을 성찰할 수 있다. 인식은 더 정확해질 수 있다. 그러나 더 정확한 인식이 곧 더 나은 삶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사람은 정확히 알고도 바뀌지 않을 수 있다. 잘못을 알고도 반복할 수 있고, 책임을 알면서도 피할 수 있다.
의식은 삶을 바꾸는 힘이다. 어떤 현실이 자기 안에 기준으로 들어오면 사람은 이전과 같은 방식으로 살기 어렵다. 타인의 고통을 자기 책임의 일부로 받아들이면 행동이 달라진다. 자신의 회피를 의식하면 다음 선택이 달라진다. 조직의 기준을 자기 책임으로 승인하면 업무 방식이 달라진다. 인식은 오류를 고치는 길이고, 의식은 삶의 방향을 바꾸는 길이다.
인식과 의식 사이에는 결단이 있다
인식이 의식으로 넘어가려면 결단이 필요하다. 결단은 반드시 거창한 선택만을 뜻하지 않는다. 어떤 현실을 더 이상 외면하지 않겠다는 결정, 어떤 책임을 자기 문제로 받아들이겠다는 결정, 어떤 기준을 앞으로의 행동 기준으로 삼겠다는 결정도 결단이다. 사람은 아는 것과 받아들이는 것 사이에서 머뭇거린다. 이 머뭇거림을 통과할 때 의식이 형성된다.
인식은 비교적 안전할 수 있다. 사람은 관찰자의 자리에 머물며 현실을 설명할 수 있다. 그러나 의식은 안전하지 않다. 의식은 자신에게 책임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이제 나는 모른다고 말할 수 없고, 무관하다고 말하기 어렵다. 그래서 의식은 부담을 동반한다. 인식에서 의식으로 넘어가는 일은 지식의 확장이 아니라 책임의 수용이다.
의식은 행동을 향한다
인식과 의식의 가장 중요한 차이는 행동과의 관계에서 드러난다. 인식은 행동으로 이어질 수도 있고 이어지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의식은 본질적으로 행동을 향한다. 의식은 자기 기준을 형성하기 때문이다. 기준은 행동을 요구한다. 무엇이 옳다고 받아들였다면, 사람은 그 옳음에 따라 행동해야 한다는 압력을 느낀다. 무엇이 책임이라고 받아들였다면, 그 책임을 회피하기 어려워진다.
따라서 의식은 행동의 내면적 출발점이다. 행동 없는 의식은 공허하고, 의식 없는 행동은 얕다. 인식은 의식의 재료이고, 의식은 행동의 근거이다. [인식과 의식, 그리고 행동]의 흐름은 바로 이 차이를 따라간다. 인간은 먼저 세계를 인식한다. 그러나 그 세계를 자기 기준으로 받아들일 때 의식이 생긴다. 그리고 의식은 마침내 행동을 요구한다. © shikha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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