받아들인 현실 - [인식과 의식, 그리고 행동]
현실은 받아들여질 때 무게를 가진다
사람은 많은 현실을 본다. 그러나 모든 현실이 같은 무게로 남지는 않는다. 어떤 현실은 잠시 지나가고, 어떤 현실은 오래 남는다. 어떤 말은 정보로만 남고, 어떤 말은 자기 안의 질문이 된다. 어떤 사건은 남의 일로 지나가지만, 어떤 사건은 자신의 삶을 다시 보게 만든다. 이 차이는 현실을 보았는가의 문제가 아니라, 그 현실을 받아들였는가의 문제이다.
받아들인 현실은 인간 안에서 무게를 가진다. 그것은 더 이상 외부의 사건에 머물지 않는다. 자기 판단과 연결되고, 자기 책임과 연결되며, 자기 행동의 가능성과 연결된다. 현실을 받아들인다는 것은 그 현실이 나와 무관하지 않음을 인정하는 일이다. 그래서 받아들인 현실은 의식의 시작이다.
받아들임은 단순한 동의가 아니다
현실을 받아들인다는 것은 그 현실에 모두 동의한다는 뜻이 아니다. 불편한 현실도 받아들일 수 있고, 부당한 현실도 받아들일 수 있다. 여기서 받아들임은 승인이나 찬성이 아니라, 현실을 현실로 인정하는 태도이다. 어떤 문제가 존재한다는 사실, 어떤 책임이 나와 관련되어 있다는 사실, 어떤 관계가 이미 달라졌다는 사실을 부정하지 않는 것이다.
사람은 자주 불편한 현실을 거부한다. 보았지만 보지 않은 것처럼 행동하고, 알았지만 모르는 것처럼 말하며, 자신과 관련된 문제를 외부의 문제로 돌린다. 이런 거부는 마음을 잠시 보호할 수 있다. 그러나 거부된 현실은 사라지지 않는다. 받아들이지 않은 현실은 다른 방식으로 돌아온다. 관계의 갈등으로, 반복된 실패로, 행동의 회피로 나타난다. 현실을 받아들이는 일은 변화의 첫 조건이다.
받아들인 현실은 자기 언어를 얻는다
어떤 현실을 받아들이면 사람의 언어가 달라진다. 이전에는 “그들의 문제”라고 말하던 것을 “우리의 문제”라고 말하게 된다. 이전에는 “어쩔 수 없었다”라고 말하던 것을 “내가 선택한 것은 무엇인가”라고 묻게 된다. 이전에는 “상황이 나빴다”라고만 말하던 것을 “그 상황 속에서 나는 무엇을 보았고 무엇을 놓쳤는가”라고 묻는다. 언어의 변화는 현실이 내면으로 들어왔다는 신호이다.
자기 언어를 얻지 못한 현실은 아직 외부에 있다. 사람이 어떤 기준을 말할 때 남의 말을 빌려서만 말한다면, 그 기준은 아직 깊게 받아들여지지 않았을 수 있다. 반대로 자신의 경험과 판단, 책임의 언어로 말할 수 있을 때 그 현실은 의식이 된다. 받아들인 현실은 자기 언어를 만든다. 그 언어가 행동의 방향을 준비한다.
받아들인 현실은 책임을 부른다
현실을 받아들이는 순간 책임이 생긴다. 이것은 모든 현실에 대해 모든 책임을 져야 한다는 뜻이 아니다. 인간은 세계 전체를 책임질 수 없다. 그러나 자신이 본 현실이 자신의 위치와 행동, 관계와 선택에 연결되어 있음을 받아들이면, 그 사람은 일정한 책임을 묻게 된다. 나는 이 현실 앞에서 무엇을 할 수 있는가. 무엇을 하지 않았는가. 무엇을 바꾸어야 하는가.
책임은 받아들인 현실의 자연스러운 결과이다. 받아들이지 않은 현실에는 책임이 생기지 않는다. 사람은 무관하다고 느끼면 행동하지 않는다. 그러나 현실이 자기 안으로 들어오면 더 이상 완전히 무관할 수 없다. 이때 책임은 외부에서 부과되는 것이 아니라 내면에서 생긴다. 의식은 바로 이 책임의 내면화와 연결된다.
받아들임은 자기 방어를 흔든다
현실을 받아들이는 일은 쉽지 않다. 왜냐하면 그것은 자기 방어를 흔들기 때문이다. 사람은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현실을 다르게 보려 한다. 자신의 실패를 작게 보고, 자신의 책임을 외부 조건으로 돌리며, 타인의 비판을 공격으로 해석한다. 그러나 현실을 받아들이려면 이러한 방어를 내려놓아야 한다. 이 과정은 불편하다.
불편함은 받아들임의 통로이다. 인간은 불편한 현실 앞에서 도망칠 수도 있고, 그 현실을 자기 안으로 들일 수도 있다. 도망치면 인식은 표면에 머문다. 받아들이면 의식이 시작된다. “내가 잘못 보았을 수 있다”, “내 행동이 타인에게 영향을 주었다”, “내가 피한 책임이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순간, 사람은 이전과 같은 방식으로 자신을 이해할 수 없게 된다. 이 흔들림이 의식의 시작이다.
받아들인 현실은 판단의 기준이 된다
현실을 받아들이면 그것은 판단의 기준이 된다. 예를 들어 책임의 중요성을 받아들인 사람은 이후의 상황을 책임의 관점에서 보게 된다. 타인의 위치를 받아들인 사람은 쉽게 단정하지 않는다. 수치가 보여준 현실을 받아들인 사람은 막연한 감각만으로 판단하지 않는다. 받아들인 현실은 다음 인식의 틀이 된다.
이때 의식이 형성된다. 의식은 외부 현실을 자기 안의 기준으로 바꾸는 과정이다. 한 번 받아들인 현실은 이후의 판단과 행동을 이끈다. 그래서 어떤 현실을 받아들이는가는 매우 중요하다. 잘못된 현실을 받아들이면 왜곡된 의식이 생길 수 있고, 성찰된 현실을 받아들이면 책임 있는 의식이 생길 수 있다. 받아들임에는 검토가 필요하다.
받아들인 현실에서 행동이 시작된다
받아들인 현실은 행동을 요구한다. 사람이 어떤 현실을 자기 안에 받아들이고도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면, 그 의식은 불완전한 상태로 남는다. 물론 모든 받아들임이 곧바로 큰 행동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때로는 침묵을 멈추는 것, 질문을 시작하는 것, 자신의 해석을 수정하는 것, 책임을 인정하는 말 한마디가 행동의 시작이 된다.
제1부에서 인식은 현실을 구성하는 과정으로 설명되었다. 제2부에서 의식은 그 현실을 자기 기준으로 받아들이는 과정으로 설명된다. 받아들인 현실은 더 이상 단순한 정보가 아니다. 그것은 내면의 기준이 되고, 책임의 질문이 되며, 행동의 근거가 된다. 인간은 현실을 받아들일 때 비로소 그 현실 앞에서 자기 자신을 새롭게 세운다. © shikha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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